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5대 금융그룹 자산 3천조 시대…운용 효율은 '글쎄'


입력 2023.01.26 06:00 수정 2023.01.26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년 새 300조 넘게 불어

ROA는 제자리걸음 여전

금융사 자산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5대 금융그룹의 자산 규모가 최근 한 해 동안에만 30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사상 최초로 3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산운용 효율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산운용의 호재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불안 탓에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곱씹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그룹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 보유량은 총 3073조9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326조2884억원) 늘었다. 이들의 자산이 30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KB금융의 자산이 726조942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1.8%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역시 696조2188억원으로, 하나금융은 598조989억원으로 각각 9.0%와 19.0%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농협금융도 550조6074억원으로, 우리금융은 502조689억원으로 각각 6.3%와 14.6%씩 자산이 증가했다.


5대 금융그룹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금융그룹들의 자산이 이처럼 확대됐다는 건 그 만큼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이 풍부해졌다는 의미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출로 내주거나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가진 금융사 입장에서 자산 확대가 희소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자산운용의 효율성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는 평균 0.64%로 1년 전보다 0.03%포인트(p) 오르는 데 그쳤다.


ROA는 기업이 총자산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지 가늠하는 지표다.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으로 대출을 내주거나 유가증권을 사고팔아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가리킨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음에도 자산운용 성적에 뚜렷한 개선 효과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금융그룹들에게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통상 금리 상승은 예대마진의 확대 등으로 이어지면서 자산운용 효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 해 이번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인상됐다. 이중 지난해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이 단행됐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이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나서기 힘든 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의 통화정책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연착륙 과정에서의 혼란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 대비 차원에서 외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에서도 올해 최대 관건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될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미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0.50%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 금리는 당분간 가파른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FOMC 위원 19명이 각자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지표인 점도표는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0.75%p 더 오른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잇따른 악재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올해는 금리 리스크가 자산운용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