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적자 해소" vs "서민경제 타격 완화"
추경 편성에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까지 각양각색
#. 세종시의 한 소머리국밥 식당. 국을 끓이고 조리하는데 가스를 항상 써야 하지만, 주인 박모 씨는 불을 켤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제작년 12월 21만원대였던 가스비가 1년 새 35만원으로 70% 가까이 올랐다.
그야말로 공공요금 대란이다. 음식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요금, 가스요금은 이미 올랐고 지하철, 버스, 택시 요금 추가 인상이 예고되는 등 공공요금이 줄인상됐다.
공공요금 문제는 언제나 '요금을 인상하는 주체'와 '요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집단'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한다. 어느 한쪽의 요구를 충족해주는 식의 문제 해결은 역효과를 낼 수 있으며 양쪽 모두에게 윈윈전략(win-win game)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상 초유 난방·가스비 급등의 배경은 가스공사의 적자 때문이다. 가스 요금은 2020년 7월 이후 지난해 4월까지 물가를 고려해 20개월 동안 동결됐다. 가스공사 측은 지난해 말 기준 적자 규모가 9조원까지 늘어나면서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가스공사는 작년 적자가 10조원에 육박하는데 계속 적자를 보면서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적자가 누적되면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사올 돈이 없게 돼 가스 공급이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국제 천연가스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사와야 하기 때문에 올 2분기(4~6월)에도 인상이 유력한 상황"고 덧붙였다.
당장 LNG를 구매하고 관련 설비를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적자가 심하면 대출이나 채권 발행 시 더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적자는 정부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원료를 해외시장에서 들여오는 만큼 가스공사의 신용도를 높여야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고 폭탄돌리기처럼 적자를 쌓는 것은 결코 좋은 신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을 마냥 관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제고통을 겪어온 서민들이 앞으로 전기·가스비, 지하철·버스 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 악재가 겹치며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현재 LNG 가격은 전쟁이 한창이던 작년 최고점에 비해서는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며 "앞으로 원료 구매 비용이 줄어들겠지만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바로 원자재 가격이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강추위에 난방 수요는 더 크게 늘었기 때문에 내달 고지되는 난방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민 경제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원료 수급 여건을 봐가면서 올 하반기 이후로 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실효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도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따른다.
배종호 세한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2023년도 예산에서 바우처 예산을 전년 대비 400억원을 삭감한 바 있다"며 "어떻게 하면 에너지 약자들 난방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간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해주는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시행돼왔지만 겨울에는 가구당 평균 15만2000원 정도에 불과했다. 4인 가구 기준 한 달 난방비로도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6일 '난방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117만6000가구에게 지원하는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지급액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전기요금, 교통비 등 공공요금 줄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이러한 한시적인 지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지원을 위해 추경을 편성하고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좀 더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재원 마련 방법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특정 기업들이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둔 경우, 추가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국제적인 고유가 상황을 이용해 역대급 이윤을 거둔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거둬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논리다.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횡재세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