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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출석' 이재명, 1800자 분량 입장문서 '민생 위기'까지 거론


입력 2023.02.10 13:30 수정 2023.02.10 13:3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피의자 입장문 아닌 담화문 연상

'서면진술서'로 답변 갈음할 듯

"내 모든 말, 검찰 조작 자료될 것"

李 당부에 따라 동행 의원은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달 사이에 세 번째로 검찰에 출석했다. 청사로 들어서기에 앞서서는 1800자 분량의 입장문을 10분 간에 걸쳐 낭독하며, 현 정권이 '민생 위기' 속에서 자신을 겨냥한 수사에만 '올인' 하고 있다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재명 대표는 10일 오전 11시 20분 무렵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당초 11시에 출석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느라 다소 늦어진 모습이다.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승합차 안에 탄 상태에서 창문을 내려 손을 내밀어 흔드는 방식으로 약식 인사만 건넸다.


두 달 사이에 세 차례 검찰에 출석하며 번번이 입장문을 발표해온 이재명 대표는 상당히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종전에는 검찰 수사에 맞서는 입장 발표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민생 위기 등 국정 상황까지 짚었다. 수사를 받으러나오는 형사피의자라기보다는 제1야당 대표의 담화문을 연상케 했다. 분량도 1800자로 크게 늘었다.


양복 왼쪽 안주머니에서 입장문을 꺼낸 이 대표는 "민생에 무심한 정권이 정치검찰을 총동원해 '정적 죽이기' 칼춤을 추는 동안 곳곳에서 국민들의 곡소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며칠전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어렵게 집을 구한지 한 달만에 전세사기를 당한 사회초년생, 보증금을 전부 날리게 생겼는데 임대인까지 사망해 발만 동동 구르는 신혼부부, 보증금을 지키겠다며 임대인 세금을 대신 내러다니는 피해자, 제2·제3의 빌라왕을 만나지 않을까 밤잠 설치는 국민들이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한다"며 "국민의 불안과 고통 앞에 공정한 수사로 질서를 유지해야할 공권력은 대체 뭘하는 중이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어떤 청년은 주 150시간을 노예처럼 일해도 먹고살기조차 팍팍한데, 고관대작의 아들 사회초년생은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챙긴다"며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쏟는 수사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50억 클럽 수사에 쏟아넣었다면 이런 결과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제2의 빌라왕 만날까 국민들은 밤잠
설치는데…공권력은 뭣하는 중이냐
포토라인 공개소환, 회술레 같은 수치
검찰이 권력 되게 만든 부족함의 업보"


이처럼 현 정권 아래에서의 민생 위기 상황과 검찰을 엮어들어간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표는 "첫 번째 소환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남FC 사건'은 아직까지 뚜렷한 증거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연 조사에 추가 조사 논란까지 벌어진 두 번째 소환 이후에도 검찰에 조종당하는 이들의 번복된 진술 말고 대체 증거 하나 찾아낸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성태 전 회장만 송환되면 이재명은 끝장날 것이라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김 전 회장이 구속됐는데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며 "수사권을 악용해 온갖 억지 의혹을 조작하더니 이제는 해묵은 북풍몰이 조작을 시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 지금처럼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전근대에 죄인의 얼굴에 회칠을 한 뒤 사람들 앞에서 조리돌리던 일) 같은 수치"라면서도 "국민들의 삶은 하루하루 망가져가는데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내 부족함 때문에 권력의 하수인이던 검찰이 권력 그 자체가 됐으니 모두 내 업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 과정에서도 이미 제출한 서면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한다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묵비권을 행사할 뜻을 시사했다. 10분 간에 걸친 입장문 발표 직후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내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자료가 될 것"이라며 "(이미 제출한 서면)진술서로 충분한 사실을 밝혔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검찰 출석 현장에는 이재명 대표가 사전에 신신당부한대로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명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와 의총 비공개 발언을 통해 수 차례 "혼자 다녀올테니 따라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친명(친이재명) 성향 의원들은 일일이 지목해가며 "나오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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