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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영화의 약진①] 낯설고 차갑지만, 직설적인 ‘북유럽 영화’ 어때?


입력 2023.02.13 11:34 수정 2023.02.13 11: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국내 4만 5000여명 관객 동원


북유럽에 가보지 않은 이들도 ‘북유럽 감성’이 어떤 이미지인 안다. 간결하고 위트가 녹아 있는 정서와 친환경적인 카페나 공간을 볼 때, 이 이미지를 떠올린다. 낯설지 않은 단어다. 그러나 영화로 옮겨가면 다르다. 거리감이 존재한다.


북유럽 영화는 국내에서 할리우드나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 남유럽 국가들 영화에 비해 아직은 생소하다. 소개되는 작품의 수도 적고, 대중적이기보다는 아트, 예술 영화로 읽힌다. 극장에서 상영해도 짧은 회차와 적은 스크린 수로 만나기도 힘들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4500편 중, 할리우드 영화는 700여 편에 달했지만, 핀란드 영화 18편, 스웨덴 15편, 노르웨이 5편, 덴마크 14편, 스위스 10편, 아이슬란드 2편 등 ‘북유럽 영화’라 불리는 작품들은 총 64편에 불과했다.


적은 공급과 수요지만, 지난해 국내 영화계에 이 낯선 '북유럽 감성'이 통한 사례가 탄생했다. 칸 영화제에서 노르웨이 최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2개 부문(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지난해 8월 개봉해 4만 6000여 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2008년 개봉해 국내에서 10만여 명의 관객을 모은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미인', 2014년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4만 명 동원 이후 오랜만의 북유럽 영화의 선전이었다.


이외에도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어나더 라운드’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상,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은 제95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에 해당하는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등 북유럽 영화들의 쾌거에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델마 스틸컷

‘델마’, ‘사랑할 때 누구나 최악이 된다’ 등 요아킴 트레이 감독의 작품을 국내에 배급한 그린나래미디어(주) 유현택 대표는 "북유럽 영화에는 차갑고 어두운 느낌이 잘 반영돼 있다. 하지만 이 감성이 아직까지 대중적인 감성은 아닌 것 같다. 북유럽 콘텐츠를 잘 살펴보면 심플하고 시크한 감성이 잘 녹아져 있어, 그들만의 독특한 특성이 된다. 북유럽 중 가장 영화 시장이 큰 스웨덴의 경우 '스웨디시 누아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릴러 장르가 특화돼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콘텐츠"라고 전했다.


이어 "예를 들어 '사랑할 때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영화 '프란시스 하'의 북유럽 버전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 작품은 스물 아홉 여성이 다음 챕터로 달려나가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과정을 전하는 결이 할리우드나 다른 유럽 영화 작품과는 다르다. 조금 더 지적이고 직설적이다. 관객들이 이런 점에 공감과 재미를 느낀 것 같다"라고 북유럽 영화의 특징을 설명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웨덴 영화의 경우 잉마르 베르만, 알리시아 비칸데르, 스텔란 스카스가드, 알렌산더 스카스가드, 빌 스카스가드 부자 등 스웨덴 영화인들이 약진을 하고 있다. 북유럽은 글로벌 영화계에서 날로 발전하며 빼놓을 수 없는 지역으로, 나와 타인 사이의 연결, 존재의 이유, 현실 풍자 등 철학적인 사색이 유쾌하게 녹아있어 예술성 성취가 두드러진다"라며 "영미권 영화에 비해 관객분들에게 여전히 언어, 생활문화 등이 낯설기 때문에 그로 인해 참신하다, 신선하다, 힙하다는 인상을 받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는 불친절한 서사나 특이한 리듬이 오히려 그 영화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돼서 매력을 느끼고는 한다"라고 북유럽 영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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