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부터 조리, 서빙, 퇴식, 결제까지 로봇 역할 확대
구인난 심각한 고깃집, 횟집일수록 로봇 도입 비중 높아
키오스크로 주문하면 로봇이 만든 치킨을 서빙 로봇이 가져다준다. 미래 얘기가 아닌 최근 외식업 매장에서의 풍경이다.
외식업계가 로봇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초기에는 주문을 대신하는 키오스크 도입에 그쳤다면 요즘에는 조리부터 퇴식, 결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로봇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외식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구인난이다.
코로나19 당시에는 방역규제로 영업시간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엔데믹 전환으로 영업이 자유로워진 지금은 일할 사람이 없어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심야시간이나 주말에는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가게도 부지기수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높은 노동 강도, 휴일 및 심야 근무 등 외식업계 구인이 어려운 이유는 많다.
가장 빠른 해결책은 임금 인상이지만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에 식재료, 임대료, 전기세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부담이 커진 점주 입장에서는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춰 임금을 올려주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로봇이다. 커피를 만들고 닭을 튀기고 피자도 굽는 로봇이 국내 많은 외식 매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만간 햄버거를 만들고 도넛을 튀기는 로봇도 매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국내에 서빙로봇을 처음 도입한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서빙로봇 1400대가 판매됐다.
서빙로봇이 가장 많이 판매된 업종별로는 고깃집이 26%로 가장 많았고, 탕 및 전골류(18%), 해산물 및 생선요리(12%), 한식(10%), 뷔페(6%) 등의 순이었다.
이들 업종은 구인난이 심각한 순서와도 대략 일치한다. 대형 고깃집과 횟집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업종이다.
이 같은 외식업종의 구인난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
국내외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조리로봇 관련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3년 후에는 관련 시장이 5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봇이 음식을 조리한다고 해서 맛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조리방법과 시간 등을 지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을 제공하는 데는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 이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지향하는 바와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하지만 유독 음식에 진심인 한국인의 정서에는 아직 로봇이 만든 음식이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음식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과 ‘로봇’이라는 단어는 거리감이 느껴져서다.
흔히 말하는 ‘손 맛’은 주관적이라 객관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항상 먹던 집밥을 생각해보면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손 맛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건 아닌가 싶다.
앞으로 로봇 활용이 더욱 늘면 정확한 계량과 조리법을 통해 한층 완성도 높은 음식을 제공될 수는 있겠지만 가끔은 푸근한 인상의 주인장이 만드는 음식이 그리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