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보상법, 보상금 지급 동의한 피해자 '국가와 화해' 간주
헌재, 민주화보상법 조항 위헌으로 결정…원고들, 국가 상대 소송 제기
대법 "헌재의 위헌 결정, 법원에 기속력 있어…효력도 이 사건에 영향"
"선행 소송서 각하 판결 받은 원고들…기판력 제한 받는다고 볼 수 없어"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불법 구금,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이미 정부에서 보상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 사건 피해자 A 씨와 B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들은 반국가단체인 전민노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981년 영장 없이 구금돼 수사 받은 끝에 징역형의 실형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두 사람은 재심을 청구해 2012년 무죄를 확정 받고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냈으나 이미 생활지원금을 받아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당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은 보상금 지급에 동의한 피해자는 국가와 재판상 화해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30일 이 같은 내용의 민주화보상법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했다.
A 씨와 B 씨는 이에 2019년 재차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2심은 두 사람이 이미 과거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던 만큼 법원이 과거와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확정된 판결에 부여돼 새로운 판결로 부정될 수 없는 효력을 기판력이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재의 2018년 위헌결정은 법원에 기속력이 있고 그 효력은 이 사건에도 미친다"며 "원고들이 선행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데 따른 기판력의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비슷한 판결은 최근 다른 사건에도 있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피해자 C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이달 2일 확정했다.
C씨 역시 형사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2013년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가 민주화보상법 취지에 따라 각하 판결을 받았고, 이후 헌재의 민주화보상법 위헌 결정이 나오자 2019년 재차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선 1심이 기판력을 이유로 C 씨의 청구를 각하했으나 2심에서 판단을 뒤집어 국가가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정부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