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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112] "'김학의 출금' 1심 무죄? 박근혜 때 잣대였으면 전부 넉넉하게 유죄"


입력 2023.02.17 05:11 수정 2023.07.11 09:20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법조계 "직권남용, 성립하기 어려운 범죄…범죄 해당할 정도로 공무원의 고의성·의도성 있어야"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면죄부? 특정 정파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온정적인 판결"

"나쁜 사람이니까 조사 전에 출국금지부터 시킨다? 앞으로 다 허용해야 하고 유사 사례 계속 생길 것"

"형사사법 체계 무너뜨리는 이례적인 판결…제대로 된 항소심 재판부라면 원심 당연히 뒤집을 것"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중앙지검장) ⓒ뉴시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 금지 조치가 위법하지만,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법원 1심 판결에 대해 비난 여론이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직권남용이라는 범죄 자체가 판례가 많이 없어 성립하기 어려운 범죄이기는 하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잣대로 판단하면 기소된 피고인들의 혐의가 넉넉히 인정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적절한 형을 내려줄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한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김학의 불법 출금'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대검반부패강력부장에게도 "안양지청이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것은 이성윤 지검장의 행위 외에도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화연락 등이 함께 작용해 발생한 결과"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조치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불법 출금 조치가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봤다. 목적만 정당하면 수단은 적법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WILL 김소연 변호사는 "직권남용이라는 범죄 자체가 판례가 많이 없어서 성립하기 어려운 범죄이기는 하다. 공무원의 고의 과실이라는 불법행위 구성 요건 정도가 아니라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될 정도의 강한 고의와 의도적으로 범죄를 일으켰는지를 살피기 때문이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때 문제가 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차관 사건 관련해서도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잣대로 판단하면 기소된 피고인들의 혐의가 넉넉히 인정되고도 남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긴급 출국금지'의 목적도 타당하지 않다. 김 전 차관은 당시 무죄 추정을 받아야될 피의자 신분이었다. 그런 사람을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이다"며 "문재인 정권 때 윤지오를 비롯해 수 많은 범죄자들이 해외에 가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다 해외로 출국하도록 놔둔 채, 문 전 대통령이 명운을 걸고 수사하란다고 해서 단행했던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가 과연 목적 타당성을 담보했는지 묻고 싶다. 목적 자체가 불순했기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씨케이 최진녕 변호사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사법부가 국가기관 내지는 특정 정파에 봉사한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온정적인 판결을 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 역시 "출국금지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피의자로 입건되고, 절차가 진행된 뒤에 출국금지 조치가 돼야 한다. 나쁜 사람이니까 조사하기도 전에 출국금지부터 해야지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도 다 허용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지금까지 법원은 형식적인 절차를 굉장히 중요시했다. 실질적으로 피의자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출국금지를 인정해주면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왼쪽부터)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적절한 형을 내려줄 것으로 전망했다. 안 변호사는 "우리 법에 미란다 원칙 고지가 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그 사람에게 권리를 고지하고, 적법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라는 의미"라며 "위법하지만, 그 사람들의 목적이 정당했으니 직권남용이 아니라는 법 논리가 계속 유지된다면 누구든지 직권남용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 역시 "이 사건은 기존 판례에 비춰봤을 때 형사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이례적인 판결이다"며 "김 전 차관이 대중으로부터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돼 있더라도, 마녀사냥하듯이 잡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제대로 된 재판부라면 항소심에서 당연히 뒤집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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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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