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주축으로 설립된 노조 협의회 ‘새로고침’
기성 노조에 넌더리…“노동자 위해 ‘노조 본질’ 지킬 것”
노조 문화 및 인식·교섭 창구제도 개선 등 다양한 사업 계획
“노동조합의 본질을 지키고 싶습니다”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의 핵심은 이것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기존 강성노조에 넌더리가 난 젊은 세대들이 모인 이 협의체는 무엇보다 노동자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의 본질’을 지킬 것이라고 당당히 외쳤다.
송시영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위원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그리고 앞으로 미래 노동시장에서 합리적이고 올바른 의견과 입장을 제시하고, 건전한 노사정관계를 위해 같이 힘을 합치고자 모였다”고 강조했다.
그가 ‘건전한 노사정관계’를 협의체의 방향으로 설정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노조의 구태’다.
송 부의장은 “사실 우리와 기존 노조와의 차이점을 언급하자면, 기존 노조에 대한 좋지 않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은 아시다시피 기존 노조는 정치세력화된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노동조합이라는 본질을 지키고 싶다. 정치적 구호나 요구보다도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반하는 조직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대 노총의 역할이 당연히 크고 이들의 입장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MZ세대들의 눈높이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는 지적이다.
송 부의장은 “OEM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는데, 우리가 세운 계획에 이런 것들이 포함됐다”며 “한번 살펴보고 정부에 정책도 제시해 모든 노동자가 제대로 된 근로기준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직장인인만큼 각자의 본업이 있기에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공무원·교원의 경우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를 활용하거나, 그렇지 못한 구성원들도 일과 협의체 운영을 함께 이어나간다고 한다.
송 부의장은 “저 같은 경우 일정 시간 근로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 이 타임오프를 못 받고 계시는 분들도 있어 힘들 수 있겠지만. 노동자를 대표하려면 노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협의체가 만들어졌을 당시 주위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기존 노조에 대한 불만이 쌓일 만큼 쌓인 것이다. 주위에서는 ‘기존 노조처럼 거짓말은 하지마라’, ‘제대로 되고 바른말만 하라’는 등의 조언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공무원의 경우 故박원순 시장의 낙하산 인사·정규직 등의 정책에 대한 분노가, 민간기업 직원의 경우 성과급 등 임금 분배에 대한 갈등으로 기성 노조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묻자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노조본질을 지키는 행동만 하겠다”고 답했다. 지향점이 없다는 게 아니라, 조직의 존재 의미를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목표를 세우고 정치세력화되는 기성 노조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협의체가 기성 노조처럼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교섭 창구를 개선해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새로고침과 같이 젊은 세대로 이뤄진 노조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로 대부분 교섭권이 없다. 이는 하나의 사업장 내 복수노조 설립을 인정하면서도, 교섭 편의를 위해 교섭창구는 단일화하도록 한 제도다.
이외에도 ‘무기계약직(정규직)의 일반직 전환’과 같은 불합리한 제도, 노조에 대한 문화 및 인식 개선 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다.
송 부의장은 “일단 노조는 반드시 근로자들을 대표해야 할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양대 강성 노조가 워낙 정치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해 대중적으로 인식이 정말 안좋아졌기에, 우리는 이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 이제 불합리하다거나 말도 안되는 요구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을 해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