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제2경인 방음터널 화재, 초동 안전조치 미흡 인재…트럭 운전자 구속영장 신청


입력 2023.02.20 15:13 수정 2023.02.20 16:30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경찰, 최초 발화 트럭 운전자·관제실 책임자 사전구속영장…시공사 등 계속 수사 예정"

트럭 운전자, 평소 차량관리 소홀…2020년에도 고속도로서 화재 발생

관제실 책임자, 비상대피 방송 등 안전조치 안 해…매뉴얼 5~7분 내 조치 규정

발생 4분 만에 터널 전체 화재…PMMA 재질 방음벽에 불붙은 뒤 확산, 차량 40여대 순식간에 고립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해 12월 발생해 5명이 사망하는 등 총 6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를 초동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인재(人災)로 판단하고, 트럭 운전자와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 관제실 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최초 발화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운전자 A 씨와 ㈜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제이경인) 관제실 책임자 B 씨에 대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46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는 큰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화재는 A 씨가 몰던 집게 트럭에서 최초 발생했다. A 씨는 평소 집게 트럭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 화재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차량 배기 계통의 열기에 의해 차체가 과열돼 매연저감장치 부근의 전선이 약해지면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서를 전달 받았다.


경찰은 특히 A 씨가 몰던 이 트럭이 2020년에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불이 난 전력이 있는 점 등에 미뤄 차량 정비 불량 등 관리 미흡에 따른 화재로 판단했다.


화재 직후 A 씨의 후속 조처가 미진했던 점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트럭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감지하고는 차량을 3차로에 세운 뒤 소화기를 이용해 1분여간 자체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을 잡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후 1시 49분 119에 신고하고 대피했는데, 경찰은 A 씨가 화재 직후 바로 인근에 있던 소화전 및 비상벨 등을 사용하지 않아 더 큰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씨는 화재 발생 시 비상 대피 방송 실시 등 매뉴얼에 따른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사고 현장ⓒ연합뉴스

화재 발생 당시인 오후 1시 46분, A씨 트럭에 화재가 발생한 장면은 관제실 CCTV에 그대로 송출됐다. B 씨를 비롯해 근무 중이던 직원 3명이 CCTV를 주시하지 않아 불이 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B 씨는 3분 뒤인 오후 1시 49분 화재 현장 주변을 순찰하던 한 직원이 화재를 목격하고 관제실로 전화를 해서야 불이 난 사실을 알아차렸다. B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 발생 매뉴얼에 따라 해야 할 비상 대피 방송 등 안전조치를 즉시 하지 않았다.


차로의 주행 허용 여부를 알리는 LCS와 도로 전광 표지판인 VMS도 가동하지 않아 운전자들은 화재 발생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


제이경인 측에는 화재 발생 매뉴얼이 따로 존재한다. 매뉴얼은 안전 조치를 화재 발생 5∼7분 내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조치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불은 방음터널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급속히 확산했다.


화재 인지 시점으로부터 12분이 지난 오후 2시 1분에는 단전으로 인해 방음터널 내 전기공급이 끊겨 어떤 안전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터널 진입 차단시설도 먹통이 됐고, 안양 방향 방음터널 입구에 있는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


반대편인 성남 방향의 경우 방음터널 전에 있는 길이 4.8㎞의 삼성산 터널 입구에 진입 차단시설이 있어 오후 2시 5분 차단시설이 작동했다.


결국 터널 진입 차단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안양 방향 운전자들은 계속 터널 내로 진입했다. 화재 사망자들은 모두 불이 시작된 성남 방향 차로가 아니라 반대편인 안양 방향 차로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이 밖에 트럭 소유 업체 대표와 관제실 직원 2명 등 총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방음터널을 공사한 시공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중한 피의자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시공사 등 남은 부분에 관해서도 계속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당시 최초 발화한 트럭의 불길이 방음벽에 닿은 지 불과 4분 만에 터널 전체를 삼킬 정도의 큰불로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시 46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내 성남 방향 200여m 지점에서 발생했고, 당시 최초 불이 시작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 운전자는 차를 하위 차로인 3차로에 정차한 뒤 차량용 소화기로 40∼50초가량 자체 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이 잡히지 않자 오후 1시 49분 119에 신고하고 대피했다.


화재 초기 상황을 보면 트럭 하부에서 불이 나기는 하지만 연기가 심하지 않았다. 1∼2차로 차량이 화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장을 그대로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불이 차츰 커지면서 방음벽과 천장에 옮겨붙기 시작한 뒤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방음터널의 소재가 화재에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이었던 탓에 불과 몇 분 만에 대형 화재로 번진 것이다. 이때부터는 화재 현장 주변이 검은 연기로 가득 차 40여 대의 진입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 상태에 빠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박찬제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