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반기 내 5G중간요금제 및 알뜰폰 활성화 추진
통신사, 중간요금제 출시 미정..."이용자 선택권 확대 준비"
윤석열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에 칼을 빼들었다. 매 정권마다 숙제처럼 여겨졌던 통신비 인하를 현 정부에서 잡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올해 상반기 내로 다양한 5G 중간 요금제 출시와 알뜰폰 활성화, 5G(28㎓) 신규사업자 발굴 등을 골자로 한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부담 완화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전날 1차 회의에 참석한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국내 통신시장의 과점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통신산업은 도태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면서 "통신시장에서 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5G시장에서 SK텔레콤은 47.7%, KT 30.1%, LG유플러스 21.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3개사가 과점(99.1%)하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이 때문에 이통사가 요금 인하나 상품 개발 등 소비자를 위한 경쟁을 하지 않고 사실상 ‘짬짜미’(담합)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SK텔레콤 점유율이 조금 낮아진 것 외에 큰 변동이 없었다"며 "결국 이런 시장이 형성되는 데 이동통신 요금 결정에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묵인 내지 방조했다는 지적 이 나오는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시장 과점 문제를 비판하면서 이를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통신비 지출은 월 13만10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통신3사가 최근 2년 연속 연간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돌파하면서 통신비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도 한몫했다.
가장 먼저 선보이게 될 인하 정책은 5G중간요금제가 꼽힌다. 지난해 출시한 20~30GB 5G 중간요금제에 이어 수요가 많은 40~100GB 요금제가 유력하다. 만약 40GB대 요금제가 나올 경우에는 기존에 있는 31GB(6만1000원대) 이하 요금제의 가격 인하까지 고려될 수 있어 통신비 절감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통신사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5G 중간요금제 출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 정부의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통신업계와 함께 강한 질타를 받은 금융사들은 이미 대출금리를 나서는 등의 민생안정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실질적 가계비 인하로 이어질지도 관심거리다. 정부가 통신 요금을 손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가족형 할인·선불요금제 인하를 추진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단통법'으로 불리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알뜰폰 확대 정책을 가계 통신비 인하 카드로 내세운 바 있다.
다만 모든 정책들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가족형 할인·선불요금제는 사용자가 적었고, 단통법은 윤석열 정부의 '추가 지원금 한도 폐지' 정책으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알뜰폰의 경우'통신사 멤버십'을 포기한 일부 소비자들에 한해 통신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 정책 모두 전 국민을 상대로 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한편, 통신사들은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