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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0.78명대’ 리스크…국내 분유업계 “정부 차원 노력 절실”


입력 2023.02.24 06:50 수정 2023.02.24 06:5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지난해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치 기록

분유업계, 프리미엄 분유·수출 다변화에 사활

시장 변화에 한계 여전…“갈수록 설 자리 잃어”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귀성객이 열차에 탑승 전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뉴시스

장기적 추세 흐름이던 저출산 현상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분유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분유 업체들은 상품 라인업 확대로 돌파구를 모색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외국 분유 브랜드 선호 현상까지 두드러지면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노력만이 국내 분유 시장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출산율이 지속해서 줄고 있는 데다, 수입 분유의 맹공 속 조제분유에 대한 광고나 판촉행위 마저 금지돼 있어 소비자에게 우수성을 알리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인 25만명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연간 혼인 건수는 2년째 20만 건을 밑돌았고 처음 엄마가 되는 평균 나이는 33.0세로 OECD 평균보다 네 살 가까이 많았다.


내수 시장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중국 시장도 신생아 수 저하로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 신생아 수는 956만 명으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처음으로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은 국내 분유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분유만 팔아선 어려운 형편이 됐다. 분유 시장은 아기의 주식인 모유를 대체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승승장구 했으나 상황이 반전됐다. 2010년 전까지 꾸준한 신생아 출생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했지만 초혼 연령 증가와 저출산이 발목을 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분유 시장은 성장을 이끌어 내기엔 어려운 요소가 매우 많다”며 “저출산 외에도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단가 마저 낮아진 상황에서 외국산분유의 직구판매나 수입판매 까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분유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 분유업계, 자구책 마련에 속도 내고 있지만 ‘역성장’ 막기 어려워


국내 분유업계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프리미엄 분유 시장 공략과 어른용 분유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리미엄 분유는 유산균 등 특수 성분을 넣어 소화와 흡수를 돕거나 모유와 비슷한 성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산양유 등을 이용해 만든 제품이다.


엄마들의 신뢰 확보를 위한 정보 공개에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원산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한편, 매년 임산부, 출산부 2000여명을 대상으로 분유 생산공장을 방문해 직접 생산라인 견학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출산장려와 건강한 육아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도 동반한다.


무엇보다 업계는 수출을 유일한 대안으로 바라보고 시장 개척에 고군분투하고 있기도 하다. 정체에 머문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은 아직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전반적으로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해 아시아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자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출산율 감소로 전체 분유시장 규모는 해마다 줄고 있는 데다, 갈수록 수입산 분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분유의 경우 광고 또한 엄격해 제품을 알릴 길 역시 묘연한 상황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취지로 ‘조제분유’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제분유란 원유나 유가공품을 주원료로 영유아 성장 발육에 필요한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성분을 추가해 모유의 성분과 비슷하게 가공한 것을 말한다.


부모들은 분유의 특성상 한 번 선택을 하면 기존 제품을 계속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위생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면 한번 먹인 분유를 잘 바꾸지 않는다. 한번 고객이 될 경우 아기가 분유를 먹는 동안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먹일 가능성이 높아 첫 제품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저출산 현상에 따른 분유 시장 감소는 통제가 불가능하다"면서도 "국내 분유에 대한 인식과 위상이 더 좋아져 해외 분유가 아닌 국내 분유에 대한 선택이 지속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활동이 동반돼야 국내 분유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19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 중인 영아용 조제분유 국산 6개 제품과 수입 6개 제품을 비교한 결과 총 8개 영양성분 중 5개 성분이 국내 제품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공개 한 바 있다”며 “이런 활동은 소비자 분유 선택에 큰 도움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시장이 해외 시장에 잠식 당하게 될 경우 향후 해외 제품이 가격 컨트롤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들은 50년 이상 국산 아이들의 영양 설계와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고 있어 믿을만하고 건강하다. 외국 제품이라고 특별하지 않다”고 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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