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기저효과로 순익 급감
BIS비율 13% 방어 '아슬아슬'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순이익이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 등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기업들의 사정이 나빠진 가운데, 관련 대출이 몸집을 불리면서 리스크 비용까지 함께 늘어난 탓이다.
특히 자산건전성의 심리적 안정 지표라 할 수 있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의 13%선 방어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면서, 국책은행을 둘러싼 건전성 우려는 점점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총 6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78.8%(2조3713억원)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산은은 2560억원으로, 수은은 382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9.6%와 30.2%씩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 같은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기저효과를 꼽는다. 2021년 실적이 평소보다 워낙 좋았던 탓에 지난해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투자, 보증 등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개인 고객을 거의 다루지 않아 기업 경기에 따른 실적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산은은 2021년 HMM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평가이익이 늘면서, 당시 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다섯 배 가량 급증한 2조416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HMM 주가가 고가 대비 60%까지 빠지고 대우조선해양 주가도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이 악화됐다.
수은 역시 2021년 당기순이익이 5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34.7% 급증했으나,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을 늘리면서 순익이 감소했다. 수은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대비 충당금을 쌓으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산건전성이다. 대표 지표인 BIS비율은 안정 경계선인 13%마저 위태로운 실정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은행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우선 산은의 BIS비율은 지난해 9월 말 13.1%로 13%대를 턱걸이로 지켜냈다. 그러나 앞으로는 13%선 방어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분을 가진 한국전력이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산은의 자기자본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1조원 손실은 산은의 BIS 비율을 약 0.06%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은의 지난해 말 BIS비율은 13.3%로 전년 말 대비 1.5%p 하락했다. 수은의 BIS비율은 같은 해 9월 말 12.99%까지 떨어졌다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 발행을 통해 간신히 13%대를 회복했다.
이들의 자산건전성이 나빠진 것은 기업 사정이 안좋은 와중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지원과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산은은 지난해 채권시장 자금난을 위해 정부의 '50조원+@' 규모의 유동성공급 대책의 일환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20% 출자를 맡았다. 이외에도 1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외화자산이 많은 수은의 경우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화 환산 위험가중치가 함께 커졌다.
정부 배당이 과할 경우 실적과 자산건정성 지표는 추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 가운데, 당기순이익에서 정부 배당금을 빼면 분자가 줄어들 여지가 있어서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실적과 BIS비율 모두 잠정치로 회계감사와 결산이 끝내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다"며 "정부도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현물출자를 지원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