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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이탈에 PF 리스크…SVB 파산 여파에 증권가 ‘전전긍긍’


입력 2023.03.14 14:31 수정 2023.03.14 14:31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직접적 영향 제한적이지만…향후 파장 예의주시

美 투자 심리 악화에 커지는 부동산PF 재부상 우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소재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가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미칠 직접적인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미국 투자 심리 악화에 따른 투자자 이탈과 지난해 불거졌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재부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국 주식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소위 서학개미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특히 SVB가 벤처캐피탈 및 기술 스타트업 전문은행이었던 만큼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벤처·스타트업(신생벤처)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주식 투자는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규모가 확대됐으나 지난해 증시 침체와 환율 급등으로 서학개미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는 7243억원으로 전년도(8508억원) 대비 14.87% 감소했다.


이에 미래에셋·삼성·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미국 주식 주간 매매 서비스와 해외주식 차액 결제거래(CFD) 서비스 등을 내놓으면서 서학개미 붙들기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최근 복귀 조짐을 보였던 동학개미들의 행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이탈이 심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2315억원을 순매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순매수로 전환(2조3641억원)한 뒤 이달 들어서도 순매수(1021억원)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순매수세가 약화된 상황에서 증시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 이탈이 심화되면서 다시 순매도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데일리안DB

지난해 증권사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던 부동산PF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상황도 걱정거리다. SVB의 파산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미국 국채 비중을 과도하게 늘린 것이 부메랑으로 작용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기간 부동산PF 규모가 크게 늘어난 증권사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급등으로 미국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SVB가 위기를 맞았듯이 급증한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4조1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증권사들의 리스크가 타 금융업권에 비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3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의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는 27조4000억원으로 보험사(44조6000억원)과 은행(30조8000억원) 보다는 적었지만 여신전문사(27조2000억원)과 저축은행(10조6000억원) 보다는 많았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24.2%로 저축은행(29.4%)에 이은 두 번째로 보험(17.4%)·여신전문사(11.0%)·은행(7.9%)보다 높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SVB 파산 사태가 국내 증권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투자 심리 악화와 부동산 PF 리스크 재부상으로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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