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 기술 기업 부진
하나·우리, 인뱅 투자서 명암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지분투자 성적표가 엇갈렸다. KB국민·신한은행은 손실을 봤는데, 금리 인상기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하나·우리은행은 이익을 거뒀지만,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하나은행이 지분투자한 토스뱅크가 적자를 냈지만, 우리은행이 투자한 케이뱅크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다소 엇갈린 지분투자 결과를 보였다. 우선 국민은행의 이익 감소가 가장 컸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지분투자 이익은 75억1700만원으로 전년(211억3200만원)보다 64.43%나 줄었다. 지분투자 이익은 모회사가 지분율 만큼 관계기업의 이익과 손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케이비 스마트 스케일업 펀드(지분율 46.67%)'에서 2929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 밖에도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펀드(22.73%)'에서 1430억원, 'KB-KDBC Pre-IPO 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28.57%)' 1276억원, '케이비 디지털 플랫폼 펀드(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46.67%)’ 1242억 등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국민은행이 지난해 2000억원으로 취득한 티맵모빌리티(8.25%)가 같은 해 순손실로 1324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도 57억9800만원의 지분투자 손실을 보게 됐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지분투자 이익으로 223억400만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253억9900만원) 대비 12.19% 감소한 수준이다.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투자조합', '파트너스 제4호 growth 투자조합' 등의 이익 폭이 감소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디지털·플랫폼과 기술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영향으로 보인다. 당장 이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투자도 해야 하는 기술 기업들이 금리 인상기에 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해 부진한 실적을 올린 탓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지분투자 이익은 모두 증가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에서 희비가 갈렸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대신 합작·제휴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핀테크(금융과 디지털 기술 결합)의 장점을 흡수해왔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지분투자 이익은 1890억1300만원으로 전년(1276억7200만원) 대비 48% 늘었다. 이 가운데 토스뱅크(8.62%)의 지분투자 손실이 238억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전년(61억2400만원)보다 손실 폭이 확대됐다. 이는 토스뱅크가 지난해 순손실 2445억1500만원을 기록한 영향이다. 토스뱅크의 적자 규모는 전년(-816억5300만원)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지분투자 이익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한 739억5800만원을 기록했다. 이중 호실적을 기록한 케이뱅크의 영향을 톡톡히 봤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순이익으로 910억5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193억4800만원)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2.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도 순손실을 기록해왔지만, 지난 2021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계기업의 영업 결과가 순손실로 나타나게 되면 100%는 아니지만 지분율 만큼 모회사에 연동돼 인식된다"며 "관계기업의 손실이 작년보다 커졌다면 모회사 당기순익도 그만큼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