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오스카 모순적 태도 비난
'나발니'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불공정"
"오스카가 정치 영역 밖에 있다고 한다면 러시아 내부 정치 내용이 넘쳐흐르는 '나발니'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14일(현지시간)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 연설은 2년 째 허용하지 않은 오스카 시상식을 두고 이같이 비판했다. 미하일로 고문은 "오스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크라이나인 대량 학살을 외면한다면서 왜 끊임없이 인본주의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는가?"라고 아카데미가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12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러시아 푸틴 정부를 비판한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HBO맥스와 CNN필름이 공동 제작하고 캐나다 출신 감독 대니얼 로허가 연출한 '나발니'는 2020년 푸틴 정권의 독살 시도를 중심으로 나발니의 인생을 다뤘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정치인으로 2011년 창설한 반부패재단 통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를 여러 차례 폭로해 러시아 정부의 눈엣가시가 됐다. 이후 2020년 8월 비행기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2021년 1월 귀국과 동시에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사기와 법정 모욕 등의 혐의로 11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아 수감됐지만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대니얼 로허 감독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불공정하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고,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는 "제 남편은 아직 감옥에 갇혀 있다. 진실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저는 제 남편이 석방되는 날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우리 국가가 자유로워지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하기 전 젤렌스키 대통령의 관저 앞에서 촬영한 인도영화 'RRR'은 주제가 상을 수상했다. 영국 식민 지배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혁명가의 이야기를 다룬 'RRR'는 우크라이나와의 인연, 그리고 현재의 전시상황을 상기시키기 충분했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상을 수상했다. 앞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반전(反戰)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젤렌스키에게 퇴짜를 놓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다면 "그보다 더 심한 위선의 예시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상 외에도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등으로 4관왕에 올랐다..
오스카의 이 같은 행보는 푸틴 정권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파 탄압 등을 비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반전 메시지를 다룬 작품을 높이 샀다는 점에서 오스카가 문화 예술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다양성과 정의를 지향하는 오스카가 정치와 거리 두기를 한다면서 끊임없이 정의를 외치는 아이러니한 태도가 위선적이라는 목소리도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기자 다닐로 모크리크는 트위터에서 "젤렌스키. 당신은 오스카에서 연설할 수 없어요. 그것은 정치예요. 그러나 우리는 나발니에게 오스카를 줄 거예요. 그것은 정치가 아니에요"라고 지적했다.
올해 오스카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이하 '에브리씽')에게 작품·감독·각본·편집·여우주연·여우조연·남우조연 등 모두 부문을 시상하며 변화와 다양성을 품으며 정치적 올바름에 앞장 섰다. 그러나 이번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의 일침은 뼈아픈 오점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