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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다시 뜨는 'K-건설'…인니 신수도 이전사업 현장을 가다


입력 2023.03.20 15:00 수정 2023.03.20 15:00        데일리안 인도네시아 =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K-water "양치도 못하는 인니 수돗물, 마실 수 있도록"

바수끼 장관 'K-water' 극찬 이유

LH '공무원주택 시범단지 사업'도 협의 중

우리 기업의 유리한 위치 선점 기대감 높아져

누산타라 내부에 진입하니 아직 도로가 갖춰지지 않아 장소를 이동할 때에는 앞차가 지나갈 때마다 날리는 흙먼지가 자욱히 시야를 가린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인도네시아의 현재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15분 걸리는 발릭파판. 이 발릭파판 공항에서도 다시 2시간30분을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수풀 사이 1차선 도로 하나를 끝없이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누산타라. 누산타라는 바로 인니의 신수도 공식 명칭이다.


자카르타와도 시차가 1시간이나 벌어지는 누산타라는 지금 이전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곳이다.


인니 정부는 자카르타의 인구 과밀,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로 동칼리만탄주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을 준비 중에 있다. 총 사업비는 500~600조 루피아. 한화로는 40조원이 넘는 규모다.


기자가 지난 18일 찾은 이곳은 대통령궁과 주정부 청사, 댐, 도로 등 다양한 기반공사가 조성 중에 있었다. 아직 도로가 갖춰지지 않아 장소를 이동할 때에는 앞차가 지나갈 때마다 날리는 흙먼지가 자욱히 시야를 가린다.


공사 현장 입구로 진입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한 대규모 공사 현장은 바로 우리나라 기술로 만드는 신수도 탄소중립 상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부지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공사 현장 입구로 진입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한 대규모 공사 현장은 바로 우리나라 기술로 만드는 신수도 탄소중립 상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부지. 눈앞에 펼쳐진 이 부지가 2년 후에는 인니의 신수도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기자가 인니를 방문하기 전 들었던 주의사항이 있다. 라벨이 붙은 생수병을 마실 때뿐만 아니라, 양치질을 할 때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아무리 현지에서 잘 알려진 5성급 호텔이라도 예외는 없다. 인니 기술력으로는 통합 물관리 역량이 부족해 깨끗한 물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단이 전날 묵었던 호텔 역시 화장실에서 녹물이 나오는 바람에 한참을 틀어놓고 난 후에야 샤워를 할 수 있었고, 양치질은 따로 준비된 생수병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인니의 신수도 이전사업이 진행 중인 누산타라를 방문했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이처럼 양치질도 불가능한 인니의 수돗물을 우리 기술을 투입하면서 마시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현재 이 사업은 환경부의 그린 공적개발원조(ODA)로 추진되며 현재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환경부를 대행해 사업 시행,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발주를 진행 중에 있다.


수자원공사는 정수장이 완공되면 일 3만m3의 수돗물이 15만~20만명에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초당 3000L 공급량을 5000L까지도 늘릴 목표도 갖고 있다. 몸 속에서도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물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즉, 신수도의 몸 곳곳에 가장 중요한 물을 우리 기술로 보다 깨끗하고 빠르게 공급하는 셈이다.


특히 정수장은 탄소중립 정수장인 '넷제로(Net-Zero)' 정수장으로 지어진다. 수자원공사는 정수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스마트 물관리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고효율 설비 등을 도입해 탄소를 감축하면서 탄소 플러스(+) 마이너스(-)를 제로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기자가 지난 18일 찾은 누산타라에는 대통령궁과 주정부 청사, 댐, 도로 등 다양한 기반공사가 조성 중에 있었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더욱이 이곳 부지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인니 정부가 짓고 있는 정수장 역시 인니의 기술력이 아닌,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지어진다.


현장 책임자인 민휴 수자원공사 인도네시아사업단장은 "인니의 수돗물 상태를 어제도 보셨겠지만, 한국의 기술력이 들어가면 음용까지 가능해진다"며 "인니 정부에서도 계속 우리 측에 깨끗한 물을 유지·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게 요청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앞서 '한-인니 New City 협력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난 바수키 하디물로노(Basuki Hadimuljino)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 장관이 "K-water"를 여러 번 외치며 극찬한 이유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수키 장관은 "수자원공사에 친구가 100명이 넘어, 그곳을 제2의 사무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궁과 집무실이 이전할 부지가 바라보이는 전망대 입구에 작업복을 입은 풍선 인형이 손짓하고 있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 기자
대통령궁과 집무실이 이전할 부지가 바라보이는 전망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방문 사인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대통령궁과 집무실이 이전할 부지가 바라보이는 전망대였다.


이날 함께 동행한 인니 측 공공사업주택부 관계자에 따르면 전망대 기준 11시 방향으로 대통령궁이 지어지고, 그 뒤로 날개 형상을 한 집무실이 건설된다. 또 대통령궁 양쪽으로는 동부(3.297㎞)와 서부(2.991㎞)에 편도 2차선 국도가 지나갈 예정이다.


신수도 이전사업 조감도에는 대통령궁 양쪽 동부(3.297㎞)와 서부(2.991㎞)에 편도 2차선 국도가 지나갈 예정이라고 표시돼 있다.ⓒ 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전망대 기준 11시 방향으로 대통령궁이 지어지고, 그 뒤로 날개 형상을 한 집무실이 건설된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마지막으로 신수도의 새로운 시작점인 원점을 방문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신수도 현장에 와보니 인도네시아로서는 굉장히 큰 그림을 가지고 세운 계획이라 그만큼 어려움과 도전들도 많겠다"며 "'우리가 그 공사를 따서 돈을 벌겠다'는 접근 방법보다는 당장의 손해와 이익을 떠나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디아나 구쓰마쓰뚜띠(Diana Kusumastuti) 공공사업주택부 주거총국장은 "해외 장관으로서 처음으로 이 신수도지를 방문해 주신 것을 정말 감사드린다"며 "한국과 협력해 스마트 빌딩 등 첨단 기술들을 신수도 지역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답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신수도 이전사업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자카르타와도 시차가 1시간이나 벌어지는 누산타라는 지금 이전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곳이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한편, 이날 일정상 아쉽게도 공무원주택 조성단지를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이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참여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공무원주택 시범단지 사업'은 총 사업비 약 6055억원 규모로 신수도 지역에 공무원주택 1104가구를 건설하는 공사다.


LH는 지난해 4월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 후 10월에 인도네시아 정부 측으로부터 협상개시승인을 득했다. 현재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건설투자자를 공모 중이며, 국내외 금융기관과도 협의 중이다.


인니 측에서 자국의 정치 일정 등을 이유로 내년 8월 준공을 요구하고 있어 컨소시엄 구성 후 인도네시아 측과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사업 기간 등 여러 가지 사업 조건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LH 컨소시엄이 이 사업을 수주하면, 향후 우리 기업들이 수도이전사업 관련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있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신수도 이전사업 직원 임시 숙소의 모습이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신수도의 새로운 시작점인 원점을 방문했다.ⓒ데일리안 인도네시아=원나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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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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