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전철 성공적 운영…향후 유리한 고지 선점
다음달 5000억 규모 경전철 2단계 참여
원희룡 장관, 주지사와 우리 경전철 시승…수주 지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는 전체 인구 60%가 모여 있어 교통난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바수키 하디물로노 공공사업주택부 장관의 말)
바수키 장관이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인니 신수도 이전사업의 이유 중 하나로 꼽은 말이다.
인니 방문 첫날 바수키 장관의 말에 기자는 '교통 체증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수도를 옮기는 이유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의문은 사라졌다. 인니 일정표에서 이동 시간은 항상 필수 고려대상이었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원팀코리아 수주지원단'이 일정에 맞춰 자카르타 시내를 이동할 때에는 경찰 오토바이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의전 차량을 둘러싸고 차량 통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차량과 오토바이로 도로가 꽉 막힌 탓에 이마저도 늘 쉽지 않았다.
이 같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니 정부는 총 116㎞에 달하는 경전철(LRT)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그 중 1단계인 인니의 첫 번째 경전철이 바로 우리나라 기술로 탄생했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LRT 벨로드롬역. 인니 수도 한복판에 서 있는 한국 열차는 우리에겐 매우 익숙하면서도 깔끔한 모습이다. LRT 1단계는 국가철도공단과 LG CNS 등 국내 기업이 만들었으며, 열차는 현대로템에서 제작했다.
벨로드롬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차량기지까지 6정거장을 이동했다. 이렇게 6개역을 이동한 시간은 불과 13분. 도로 위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넘쳐나는 열차 밖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교통지옥이라고 불리는 자카르타 시내에서 여유롭게 유유히 달리는 LRT는 이미 인니 시민의 발이 됐다.
LRT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이 넘는다. 사실 LRT 1단계는 LRT 전체 구간의 10분의 1이 안 되는 규모다. 그러나 시작 단계인 LRT 사업에서 첫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데 그 의미는 크다.
이제 다음 달이면 본 노선인 1A를 연장하는 1B 노선 건설 입찰이 나온다. 1B단계는 6.3km로, 현재의 1A 노선에 있는 벨로드롬역에서 망가라이역까지 5개를 새로 만든다. 총사업비는 5000억원이다.
우리나라는 1단계 구간 수주를 기반으로 2단계와 3단계까지 수주해 자카르타 시내에 LRT 순환선을 모두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조성희 철도공단 인니 지사장은 "1단계 노선은 2018년 아시안게임 개막 전 선수촌과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개통한 구간이라 인니 국민들의 접근성이 한정돼 있다"며 "다음달 1B 노선 6.3km의 구간이 추가 확장되는 게 현재로서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인니에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의 측근인 헤루 부디 하르토노 자카르타 주지사 대행과 이날 시승에 동행했다. 자카르타 주지사가 LRT를 탑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 장관은 "1A 노선의 성공적인 운행을 기쁘게 생각하고, 앞으로 확장된 1B 노선도 최선의 계획과 제안을 갖고 참여하겠다"며 "한국은 모든 LRT 사업에서 믿을 수 있는 신뢰와 가족 같은 우정을 갖고 임하겠다"고 수주에 힘을 보탰다.
이에 헤루 부디 하르토노 주지사는 "한국이 이미 LRT 1A단계 사업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