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축으로 재무건전성 악화
"모니터링·조건부 지원 추진해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건설사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가 자기자본의 다섯 배를 넘어선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우발채무가 발생할 시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어,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사 대상 조건부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장 건설사 중 32곳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과 유동화증권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 기업은 자기자본의 두 배를 초과하는 PF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도금대출보증 등 기타 채무보증을 모두 포함할 경우 44곳이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5곳의 우발채무 규모는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발생하는 채무를 뜻한다. 대개 PF 우발채무는 건설사가 시행사에 대해 보증한 PF 대출을 시행사 부도 등으로 인해 떠안게 되는 빚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일부 건설기업의 경우 상당 규모의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이 같은 우발채무 현실화 시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부동산경기 위축, 미분양주택 누증 등 건설업 영업환경 악화로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저하되면서 부실위험이 소폭 커지고 있는데, 우발채무가 실제로 발생하면 부실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지난해 1~9월 중 상장 건설사의 상환능력, 유동성, 안정성도 다소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의 비중은 36.1%로 전년 대비 7.2%p 증가했다. 1년 내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내 현금화한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성우려기업 비중도 18.1%로 같은 기간 4.8% 늘었다.
또 한은은 “지방 중소 건설사는 대기업·수도권 소재 중소 건설기업에 비해 한계기업과 부실위험기업 비중이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재무제표상 재무비율로 평가한 부실위험이 이미 5%를 초과한 기업은 물론, PF 채무보증 제공 규모가 큰 건설기업과 이들이 시공·보증한 PF사업장에 대한 미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PF사업장의 부실이 PF시장 전반의 심리 위축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하는 한편,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이 전제될 경우 정책적 지원 확대를 추진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