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상승세 출발했지만 관세 우려에 조정 중
'디지털 금' 설득력 약해져…사실상 위험자산 취급
트럼프 발언·경제지표 따라 변동성 커질 듯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를 앞두고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31일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오전 9시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거래량은 1456억8245만 달러(약 214조원)를 기록했으나 이날 오전 9시 기준 634억3430만 달러(약 93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초 대비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비트코인은 연초 강세로 출발했다.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은 10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기간 중 트럼프의 연이은 가상자산 지지 발언 이후 8만 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은, 두 달 만에 30% 이상 급등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취임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고점을 찍은 뒤 10만 달러 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던 비트코인은 2월 28일 한때 7만8000 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비트코인 하락 배경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에 잇따라 두 자릿수 관세를 부과하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가상자산 투자 심리도 함께 얼어붙었다.
이러한 흐름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피하고,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으로 이어져 금값 상승 등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고, 달러 등 주요 통화의 가치 변동을 보완하는 자산으로 평가하며 관세 정책 수혜 가능성도 언급한다. 하지만 아직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는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조정을 거치며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향후 방향성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반등 가능성을 제시하며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정책 리스크를 이유로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이미 쿠츠 리얼비전 가상자산 마켓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은 비트코인의 반등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달러인덱스(DXY)의 움직임과 과거 차트를 기반으로 보면 6월 1일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최소 10만2000 달러, 최대 12만3000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2018년 이후 최악의 1분기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관세 부과 예고로 인해 거시경제 불안이 심화됐고, 이는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언급한 오는 4월 2일 관세 발표 일정이 다가오며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마켓 리서치업체 K33 리서치는 "가상자산 시장은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전후해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정책이 완화되면 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지만, 강경한 기조가 유지될 경우엔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이번 주에는 ▲4월 1일 미국 2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ISM 제조업 PMI ▲2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ADP 민간 고용보고서 ▲3일 ISM 서비스업 PMI ▲4일 미국 고용보고서 등 거시경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금리 방향성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단기 흐름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미국발 거시경제 지표 발표로 단기적인 변동성이 예상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되거나 가상자산 산업에 호의적인 규제가 실행되는 등의 모멘텀이 발생해야 가상자산 거래량이 이전처럼 활발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