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인왕산 표면 대부분 돌로 이뤄져…잔불 진화 어려워"
대응단계 1단계로 하향…잔불 완전히 잡는 데는 시간 소요 전망
당국, 축구장 21개 면적 해당하는 임야 15ha 불탄 것으로 추산
불길 완전히 잡는 대로…방화 가능성 열어두고 원인 조사 방침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20시간째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밤샘 진화작업을 벌인 소방당국은 소방헬기를 다시 가동하는 등 잔불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50분 기준 인왕산 산불 진화율은 98%로 집계됐다. 해가 뜨면서 소방헬기도 다시 투입됐다.
표면이 대부분 돌로 이뤄진 인왕산 특성상 틈새에 남은 잔불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불씨가 되살아나기 때문에 완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5시께 큰 불길을 잡고 대응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한 뒤 잔불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몰과 함께 소방헬기가 철수한 데다 시야가 어두워 잔불을 완전히 잡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산불은 전날 오전 11시53분께 인왕산 북동쪽 자하미술관 인근 기차바위 쪽 6부 능선에서 발생했다. 불길이 동풍을 타고 정상 부근으로 번지고 반대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까지 연기가 확산했다. 개미마을을 중심으로 120가구 주민이 한때 홍제주민센터와 인왕중학교·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가 대부분 귀가했다.
소방당국과 산림청은 이날 산불로 축구장(7천140㎡)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15㏊(헥타르)가 불탄 것으로 추산했다. 화재 진압과 주변 수습에 장비 123대와 소방·경찰·구청·군 인력 등 모두 4200여명이 동원됐다.
도심 한가운데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서울 곳곳에서 연기가 목격됐다. 시민들은 종일 온라인에 산불 목격담을 공유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안양천 벚꽃을 보러 갔다가 헬기 여러 대가 한강 물을 퍼 나르고 있어서 놀랐다"며 소방수를 실어 나르는 헬기를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인왕산 인근 주민들은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산책하다가 급히 돌아왔다", "개미마을로 번지면 어떡하나"라며 조속한 진화를 기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인왕산에 불이 다시 나고 있다"며 오후 10시30분께 잔불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찍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길을 완전히 잡는 대로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