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보수강경파 영향력 강화
국힘, 이준석·유승민계의 필요성 대두
제3세력 대두…민주당은 처참한 상태
대통령발 정계 개편 가능성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을 양당 구도를 흔들고 있는 두 개의 이벤트가 있었다. 하나는 이재명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그에 따른 민주당 내부의 동요 다른 하나는 국힘 전당대회이다. 두 개의 이벤트 모두 기존 질서를 강화하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 질서를 공고히 하기는커녕 양당 체제를 파열하는 단초로 작용하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먼저 국힘을 보자. 김재원 수석 최고의원의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예민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3월 1일 자신의 SNS에서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 받는다”라며 “아울러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라”고 꼬집었다.
국힘 전당대회는 전체적으로 보수강경파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방향에서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김기현 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보수의 정통성·선명성을 강조했고 김재원 후보는 그 연장선에서 수석 최고위원이 되었다. 따라서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은 하나의 해프닝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는 당의 정체성을 묻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이준석 전 당 대표 문제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3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준석계, 유승민계라고 해서 공천에서 무조건 배제한다면 그것은 공당이 될 수 없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국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노골적으로 진행되었다. 선거 개입의 방향은 이준석·유승민계였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이철규 사무총장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앞장서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그가 이준석·유승민계의 복권? 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범여권의 안이한 상황인식으로 본다. 즉 전당대회 이전에는 이준석·유승민계를 제거하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고 봤지만, 선거 이후 여론 조사 등을 통해 이준석·유승민계를 포용하지 않고서는 총선 대응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범여권의 여론 분포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약 25~30% 정도의 보수 성향의 당원들이 보수의 선명성·정통성을 배타적으로 강조하고 그에 따라 중도·온건한 성향을 띄는 정치세력을 배격하는 흐름이 농후하다. 문제는 그런 성향이 상황·정세에 대한 최소한의 합리적인 분석·판단을 결여한 채 다분히 감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덕분에 국힘 전당대회는 국힘을 더욱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경향으로 몰고 갔고 이철규 사무총장 등의 분석은 그의 심각성을 사후적으로 깨닫고 시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아마도 국힘은 보수 유권자 25~30% 지지에 묶인 준 식물정당이 될 것이다.
신동아는 창간 91주년을 맞아 김종인·진중권·박성민을 초청해 ‘윤석열 1년을 말한다’는 대담을 열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금태섭·김경율·한석호 등이 주최한 ‘성찰과미래’의 좌장의 역할을 맡았음을 거론하며 양당을 뛰어넘는 제3세력의 가능성에 대해 발언했다.
성찰과미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한 청소한 모임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신동아·김종인 등이 시작에 불과한 단체와 토론회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분위기를 몰아간 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심전심으로 때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인 듯하다.
대담에 참석한 박성민 씨는 내년 총선이 1: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1/3, 제3당이 출현하여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1/3, 여야가 분열하여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1/3로 보고 총선에서 국힘-민주당 구도가 무너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국힘도 문제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더욱 심하다. 이재명 당 대표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공당으로 보기 어려운 기이한 처신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국힘처럼 강성 지지자들의 결집을 가져왔지만, 국민 전체로 보면 민주당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위 성찰과미래는 아마도 민주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오른쪽 세력을 규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 다른 가능성은 대통령발 정계 개편이다. 한동훈 차출설 등이 넓게 보면 그런 사례이다. 필자가 보기에 대통령과 국힘은 다소 이질적인 세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힘이 부족하여 보수세력과 일시적으로 연합했지만, 정치권이 요동치는 과정에서 정치혁신을 전면에 걸고 대통령 친위 부대를 통해 정치 지형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치는 파란과 격변의 무대였다. 사람들은 기존 질서에 도전하며 승부를 거는 혁신적. 도전자 형 리더에 호응하며 한국 정치를 바꿔 왔다.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가 그런 시기라고 본다. 마침 여야 거대 정당은 혁신적·도전적 자세를 잃고 기존 지지 세력에 집착하는 보수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역동적인 흐름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당 기득권 체제를 뛰어넘는 도전적 자세를 견지하고 고무하자.
글/ 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