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불법 다단계 회사서 3년간 근무…약 6억 세금 신고 누락
재판부 "다단계 회사 자료 중 사후적으로 변경된 사정 안 보여"
"받은 수당보다 투자피해액 크지만…사업소득액 산정과 무관"
종합소득세를 부과받은 다단계회사 직원이 '불법 회사의 자료를 과세 근거로 삼을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다단계 회사일지라도 자료에 신빙성이 있고, 이를 근거로 과세 처분을 했다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 씨가 서울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외환 차익거래 사업을 벌인 B 사에서 2014∼2016년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B사 설립자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약 5년간 1만2000여명으로부터 1조74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A씨 역시 회사의 사기행위에 동조한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2020년 1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재직 기간 회사와 금전소비대차계약 및 투자약정을 체결해 약 2년간 매월 이자 명목으로 대여금의 5%, 이익 배당금 명목으로 투자금의 2%를 지급받았다.
과세 당국은 A 씨가 이렇게 받은 이자·사업소득 약 5억80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9월 그에게 세금 1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A 씨는 "당국이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불법 다단계 회사가 만든 자료를 토대로 세금을 산정했기 때문에 근거과세 원칙에 반한다"며 과세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사 자료 내용 중 특별히 사후적으로 변경됐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폰지 사기는 오직 다단계 구조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토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금·수익금 지급 현황을 장부에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사업 유지의 필수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금 거래를 수시로 기록하는 만큼 장부의 신뢰도가 높다는 취지다.
A 씨는 "B 사에서 받은 돈보다 B 사에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투자피해액이 더 커 사실상 사업소득이 없었음에도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반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설령 A 씨가 받은 수당보다 재투자로 인한 투자피해액이 더 크더라도, 재투자는 총수입금액에 포함한 수당을 처분하는 한 방법에 불과해 사업소득액 산정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