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92.1ha・313농가 ‘초토화’
사전방제 등으로 지난해 46호만 발생
농촌진흥청, 방제단 가동해 피해 최소화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한 풀 꺾이며 전국에서 봄 축제가 한창이다. ‘사과의 고장’ 충주시도 이제 보름만 있으면 하얀 사과꽃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주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기다. 바로 사과나무에서 발생하는 ‘과수화상병’ 창궐을 알리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충주시를 강타한 과수화상병으로 충주 사과는 막대한 피해을 입었다. 충주시는 충청북도 내에서 28.8%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사과 재배지로 꼽힌다.
그만큼 2020년 과수화상병은 충주시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당시 충주시는 192.1ha, 313호 농가가 과수화상병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충북 내 사과・배 면적은 전년대비 9% 감소하는 쓴 맛을 봤다.
이 후 충주시와 농촌진흥청,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과수화상병 차단을 위한 연구와 대응에 심혈을 기울였다. 농진청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2021년부터 발생률을 크게 줄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전방제에 집중하고 있다.
정윤필 충주시농업기술센터 과수육성과 환경대응팀장은 “지난 2년간 과수화상병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왔다”며 개화기에 방제적기 예측정보에 따라 약제를 살포하는 등 사전예방 활동 노력이 화상병 발생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치료약도 없는 사과나무의 코로나 ‘과수화상병’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배 나무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전염력이 강해 한번 발생하면 순식간에 인근 농가까지 피해를 입힌다. 마치 최근 발생한 코로나19와 같은 양상이다. 발생 원인은 ‘세균’이다. 지난 1780년 미국 뉴욕 허드슨밸리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19세기 중반 미국, 캐나다에 큰 피해를 줬다. 이후 유럽과 뉴질랜드 지역으로 확산됐다. 2010년 대에는 터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까지 전파됐다. 전 세계로 확산하는 흐름인 것이다.
과수화상병은 아직까지 처방법이 없다. 그만큼 강력한 질병이라는 의미다. 한 번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현재까지는 매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세균의 생장 적온은 25~27℃다. 사과가 한창 성장할 5~8월에 과수화상병이 창궐하는 이유다.
이 같은 과수화상병이 왜 충주를 중심으로 창궐했는지는 아직도 원인불명이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는 이 원인을 찾기 위해 2019년부터 백서를 발간하며 최선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는 발생 면적이 59%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 농가라도 더 살리자”…농진청・농업기술센터의 고군분투 결실
현재 충주시는 2020년과 비교하면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가 눈에 띄게 줄었다. 농가에서도 사전예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데 따른 효과다. 지난 2년간 과수화상병과 고군분투한 농촌진흥청과 충주시농업기술센터(이하 센터)의 값진 성과다.
센터의 노력으로 과수화상병 발생은 2020년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021년 대비 농가수 40%, 면적 38% 수준으로 감소했다. 발생 농가로 보면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2018년 충주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 피해는 14농가에 불과했다. 이후 2019년 76농가로 늘었다.
2020년에는 313호 농가로 크게 증가했다. 당시 전국 과수화상병 피해 744농가 중 절반 가량이 충주에서 나온 것이다. 이후 충주시와 농진청, 충주시농업기술센터, 농가의 사전 예방 노력으로 2021년 127농가로 확산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지난해 46농가 피해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센터는 과수화상병이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5월 낮은 온도와 적은 강수량이 화상병 발생 감소 원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2021년 겨울부터 착실하게 준비한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정 팀장은 “동계기에 농가 스스로 궤양을 찾아 제거할 것을 독려하고 궤양 조사를 통해 사전에 감염이 심한 과원을 폐원했다”며 “개화기에 방제적기 예측정보에 따라 적기에 약제를 살포하는 등 사전예방 활동의 노력이 화상병 발생 감소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농진청과 센터는 2020년 이후 철치부심으로 화상병 예방에 혼신을 쏟았다. 한 농가라도 더 살리자는 마음으로 화상병 극복에 센터 직원 모두가 뛰어 들었다. 지난 2년간 이들이 흘린 땀방울로 화상병 피해 농가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안정적인 방제에 집중하고 있다. 화상병으로 매몰된 과원 재식재 기간을 3년에서 24개월로 단축해 사과, 배 재배 농가 조기 영농을 지원하고 동절기 궤양제거부터 수확후까지 예찰 시기 확대로 생육 전 주기 예찰을 통해 발생주 및 의심주 제거를 제거할 계획이다.
또 발생지 약제 방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화기 약제 살포(2회) 방식 제시(권고사항)도 이뤄진다. 위험경보 1일 전 옥솔린산, 옥시테트라싸이클린 성분이 포함된 약제 중 1종 살포하고, 위험경보 후 2일 이내 스트렙토마이신 성분이 포함된 약제 살포하는 메뉴얼도 개발했다.
이와 함께 과수화상병 월동처인 궤양을 판별하는 기술과 제거기준을 현장에 적용해 병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한국형 화상병 예측모델 개발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꽃 감염시기를 예측해 발현시기에 전국 사과, 배 재배농가에 약제 살포를 문자로 통보한다. 이 예측모델은 올해까지 72개 시・군 720개소에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 구축을 할 예정이다.
김지성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장은 “실시간 유전자진단기술(RT-PCR)을 적용해 기존 3∼4일 걸리던 진단 결과를 당일 통보하고 있다”며 “현재 연구개발 중인 영상진단시스템, 화상병 약제 선발 등에 대해 효과가 검증되는 데로 즉시 현장에 보급해 화상병 확산방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화상병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예찰, 농작업 도구 소독, 작업자 관리, 건전묘목 사용 등 화상병 확산요인을 조기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농업인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방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과수농가의 적극 동참을 당부드린다. 농작업시 의심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농업기술센터나 전화로 신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4월 27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②]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