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에 단비…인건비 등 절감은 덤
데이터 기반 고품질 우유 생산
목장도 만족…내년까지 시범사업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산 로봇착유기 신기술시범사업 농가로 선정된 섭이네 목장 이진섭 대표는 국산 로봇착유기 효과를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하루 일과 중 착유에 소모하는 인력 부담을 덜고, 농장 주변 보수 작업 등 주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로봇착유기 국산화는 외국산 로봇착유기의 가격 부담, 유지보수 관리 비용 문제 등을 해결해 낙농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민감한 소들을 관리하는 것이 쉬워져 목장의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산 로봇착유기 개발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관련 시범사업은 내년까지 이뤄진다. 그런데 시범사업에 참여한 목장들의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비용 부담, 사후 관리(A/S), 노동력 절감 등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만족도가 높다. 그만큼 국산 로봇착유기는 목장의 부담으로 다가왔던 해외 로봇착유기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이다.
▶︎완벽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젖소들 스트레스 확 줄었다
로봇착유기는 비단 소 젖을 짜는 단순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가 착유를 위해 입장하는 순간부터 로봇착유기가젖소의 상태를 체크하고 우유 유성분을 분석하는 등 모든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게 된다.
로봇착유기 과정은 입장, 젖소 사료 섭취, 착유컵 부착, 착유 및 유성분 분석 4단계 과정을 거친다. 입장할때는 소 개체별 인식장치를 통해 로봇착유기로 유도한다. 이후 젖소의 안정화를 위해 사료를 급여한다. 사료 섭취 중인 젖소는 자연스럽게 착유컵이 부착된다. 로봇착유기 팔에 장착된 카메라로 유두를 인식하는 것이다.
4개 유두에서 나오는 우유는 실시간 유성분 분석이 이뤄진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소의 상태, 질환 등을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또 일체형 착유컵은 유두 세척, 전착유, 착유, 소독 과정이 모두 한번에 진행돼 효율적이다. 유성분 분석의 경우 유량, 유지방, 유단백, 유당, 혈유, 체세포수, 유방염지수 등을 분석하는 기능을 갖췄다.
우유관(밀크라인) 순환 세척은 1일 3회 내외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유방염이 발생한 젖소 착유 후에는 추가 세척을 하게 된다.
국산 로봇착유기의 강점은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다. 낙농업의 생산성 저하 요인, 잠재적인 질병 양상, 대사적인 문제 등을 사전에 예측하고 조기처방(예방)함으로써 개체 맞춤형 정밀 사양에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국산 로봇착유기는 우유생산・번식・생체 정보 등 90여개 항목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개발된 로봇착유기 설치 목장에서 나온 생산 빅데이터는 농진청 플랫폼으로 전송이 된다. 이는 빅데이터 수집을 통한 젖소 맞춤형 정밀 사양기술 기반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수입산 로봇착유기와 비교했을 때 국내 낙농 환경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수입산 로봇착유기는 네덜란드 2개 업체와 스웨덴과 독일 각 1개 업체 제품이 보급 중이다. 이 4개 제품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유두감지에 레이저(3D)와 카메라(3D) 조합이다. 유두 세척도 롤러 브러시와 별도 세척컵을 사용한다.
반면 농진청에서 개발한 로봇착유기는 유두감지의 경우 3D카메라와 엉덩이좌표를 사용한다. 더 정확하게 유두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유두세척은 일체형 착유컵을 쓴다. 세척・착유・침지를 통합한 시스템이다.
김상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장은 “기존 실증 목장과 농진청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목장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수입산이 주류인 국내 로봇착유기 시장에 국산 로봇착유기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낙농업 현실 반영한 기술…’정밀낙농' 시대 성큼
국산 로봇착유기는 지난 2021년 8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농진청 신기술 보급사업으로 현장에 보급됐다. 시범사업은 첫 해부터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낙농업 현실을 반영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목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람 없이 소젖(우유)를 자는 국산 로봇착유기는 농진청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ICT 전문기업인 (주)다운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농진청이 처음 로봇착유기 국산화에 눈길을 돌린 것은 국내 낙농업 노동력이 상당한 피로감을 동반하고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농가가 연간 젖소 1마리에 투입하는 노동시간은 약 71시간이다. 이 중 42%인 30시간이 착유작업이다. 그밖에 사료주는 작업에 17.6시간, 기타 작업에 23.4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로봇착유기 도입은 전체 낙농가의 3% 수준에 그친다. 모두 외국산이다. 착유작업에 노동시간이 절대적인데도 로봇착유기 보급이 더딘 것은 단연 ‘고가의 제품’이라는 부담이 작용한다.
수입산 착유기 가격은 3억5000만~4억원 내외로 상당히 고가다.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비가 높아 농가에서 구입하기 망설일 수 밖에 없다. 또 수입산은 고장이나 이상이 생겼을 때 신속한 사후관리를 받는 데도 어려움이 발생했다.
국산 로봇착유기 가격은 수입산 대비 60% 수준이 2억원대 내외다. 초기 투자비가 확 낮아진 것이다. 소모성 부품은 기존 상용 제품을 사용해 수입산 절반 수준의 유지관리비로 운영이 가능하다.
김 과장은 “국립축산과학원은 국산화 한 로봇착유기가 목장 현장에서 잘 사용되도록 전문가를 통한 종합기술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참여 기업에서는 사후관리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망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이어 “그동안 국내에 설치된 수입산 로봇착유기에서 생산된 빅데이터 생체 정보는 로봇착유기 국가의 회사로 보내져 국내에서는 활용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며 “국산 로봇착유기 생체 정보는 농진청 농업 빅데이터 관리시스템(ABMS)에 실시간으로 연계・저장된다. 국내 디지털 정밀낙농 기술 개발에 가치 있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5월 11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③]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