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코스닥 하한가 종목 신용융자잔고율 10%
코스닥 ‘빚투’ 코스피 추월…반대매매 우려↑
외국계 증권사의 대량 매도로 무더기 하한가가 속출하자 ‘빚투(빚내서 투자)’ 우려도 함께 불거졌다. 관련 종목의 신용융자자금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 종목이 수급 이슈에 취약해 반대매매에 주의 의견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코스닥 종목인 다우데이타·선광·하림지주의 5일 평균 신용융자잔고율은 10.2%로 코스닥 전체 종목의 5일 평균 신용융자잔고율(2.2%)의 약 5배에 달했다.
이들 종목의 5일 평균 신용융자공여율도 22.7%로 집계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 전체 종목 평균(6.9%)을 3배 이상 넘긴 수치다.
신용융자잔고율은 상장된 총 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 수량의 비율을, 신용공여율은 주식 거래량 중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뜻한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8종목은 모두 프랑스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두고 공매도 움직임·시스템리스크 등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SG증권의 사모펀드 차액결제거래(CFD)에서 만기연장(롤오버)이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CFD 거래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을 말한다.
CFD 계좌는 종목에 따라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CFD 계좌를 통한 매수 비중이 컸다면 담보 부족 시 대거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하한가 속출에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선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과도한 신용융자를 지목하고 있다. 코스닥 종목에 쏠린 레버리지 부담이 하방압력을 가중 시킨 상태였다는 지적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하한가 사태가) 특수 케이스이긴 하지만 그간 중소형주를 끌어올렸던 개인 수급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레버리지는 과도했고 주가는 많이 올라 최근 대주주 매도 이슈 등도 꽤 빈번했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금은 위험한 것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 종목의 신용융자 비중은 급격히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5385억원으로 코스피(9조8632억원)를 상회했다.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2조2776억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1월2일~4월21일) 개인 코스닥 순매수액 6조1277억원의 37.2%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부담으로 대규모 매도 사태에 따른 반대매매가 속출할 수 있다고 보고 변동성 확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공여·잔고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가 하방 위험이 발생할 경우 급매 현상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며 “코스닥 중형주가 가장 높은 신용융자공여율을 기록해 우선적으로 수급발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