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녹십자 ‘적자전환’..엔데믹 영향
SK바사, 글로컬라이제이션 등 해외전략
녹십자, 헌터라제·IVIG 등 글로벌 진출
팬데믹 기간 파죽지세로 외형을 늘리던 K-백신 2강 성적표에 ‘빨간불’이 떴다. 국내 백신 명가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녹십자가 올해 1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코로나19를 통한 ‘기간제’ 수익 요소가 제거돼 수익성이 전년 대비 낮아진 것이다. 두 기업은 악화된 실적 타개를 위해 ‘글로벌’ 전략을 택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녹십자 양사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분기 영업손실 291억89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4% 줄어든 205억9700만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한참 하회하는 실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어닝쇼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량 급감으로 인한 스카이코비원(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및 글로벌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이 줄어든 이유가 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실적 악화는 엔데믹 영향으로 예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 역시 엔데믹 영향에 의해 자회사 GC셀(검체 진단 기업)의 실적 감소, 백신 유통 물량 감소 등으로 이번 1분기 영업손실 13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 역시 3495억원으로 같은 기간 16.2% 감소했다.
양사는 엔데믹 파훼 전략으로 모두 ‘글로벌 진출’을 선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파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한 현지화 전략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중심으로 한 해외 전략을 펼친다. 반면 녹십자는 주요 파이프라인의 해외 시장 영향력 확대에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초부터 넥스트 팬데믹 전략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강조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각 나라의 환경과 요구에 부응하는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현지화된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통해 넥스트 팬데믹 상황에 전 세계적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 백신 제조시설과 기술을 이식한다면 평상시에는 지역 내 필요한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팬데믹 상황에서 빠르게 백신 생산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올 방침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등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연내 중동, 아프리카 등 2곳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녹십자는 헌터라제(헌터증후군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면역질환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 위주로 해외 진출 전략을 펼친다. 헌터라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녹십자는 1호 치료제인 사노피의 ‘엘라프라제’가 진출하지 않은 아시아, 중남미, 중동 국가에 진출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두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지난 주 현장실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BLA(생물학적제제허가) 재신청 등 절차가 완료되면 내년 초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실제 매출은 그보다 더 뒤인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시 초기 비용 부담이 커 향후 성장성을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