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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없다' 선발 오승환? 다시 끝판왕으로 가는 길


입력 2023.05.04 09:54 수정 2023.05.04 09:5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오승환 ⓒ 뉴시스

‘끝판왕’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이 데뷔 19년 만에 첫 선발 등판했다.


오승환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등판 자체가 화제였다. 2005년 KBO리그에 데뷔한 오승환은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다. 2006년부터는 마무리로 안착해 KBO리그 통산 374세이브를 기록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서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까지 경험한 오승환(한미일 496세이브)도 세월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근에는 블론 세이브가 불어나자 마무리 보직을 좌완 이승현에게 넘기고 중간계투로 내려왔고, 이날 선발 등판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마운드에서 국민의례를 마치고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바로 공을 던진 오승환이나 그를 지켜보는 팬들이나 모두 어색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오승환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초반 고전했지만 공격적 투구와 함께 묵직한 패스트볼(최고 스피드 149km)과 예리하게 꺾이는 커브를 앞세워 5이닝을 버티면서 선발투수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은 다했다.


1회에는 21개의 공을 던지며 고전했다. 박찬혁에게 슬라이더(시속 122㎞)를 던졌지만 2루타를 내줬다. 3번 김혜성과는 풀카운트 접전 끝에 몸쪽 슬라이더(시속 133㎞)를 뿌렸으나 오른쪽 펜스 넘어가는 투런홈런(비거리 115m)을 얻어맞았다. 이어 러셀에게는 포크볼을 던졌는데 2루타를 맞았다.


3타자 연속 장타를 허용한 오승환은 변화구 대신 146㎞까지 나온 직구로 이원석을 땅볼로 잡았고, 이형종은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2회 임병욱-김휘집을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2사 후 이지영에게 안타를 내준 뒤 이정후에게 던진 직구(시속 145㎞)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적시 2루타를 허용해 세 번째 실점을 했다.


직구 위주 패턴 변화와 함께 3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리빙 레전드’답게 금세 적응했다. 세 번째 실점 이후 3.1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모두 범타 처리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의 투구수를 감안해 1-3 뒤진 6회초부터 투수를 최충연으로 교체했다. 오승환은 역사적인 첫 선발 등판에서 5회를 채웠다. 삼성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1-4로 져 데뷔 첫 선발패를 기록했지만, 자신감마저 잃은 듯했던 오승환은 새로운 활력을 얻은 가운데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오승환 ⓒ 뉴시스

73개의 공을 던진 오승환은 2005년 소화했던 최다이닝(4)도 넘어섰다. 오승환은 40세 9개월 18일 나이로 선발 등판, 2012년 4월 12일 박찬호(당시 한화 이글스)가 남긴 역대 최고령 선발 투수(38세 9개월 13일)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번 경기를 기점으로 곧 은퇴를 발표할 것”이라는 루머도 지워버렸다. 이날 보여준 투구라면 은퇴를 생각할 수 없다. 오승환도 은퇴설에 대해서는 말과 투구로 확실하게 선을 그어줬다.


일각에서는 “일회성 선발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정도”라며 선발투수로서의 활약도 기대했지만, 지금의 과정은 오승환이 다시 마무리를 향해 가는 길이다. 평소보다 길게 던지면서 밸런스와 구위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현역 시절 깜짝 선발 등판으로 반등한 경험이 있는 정현욱 코치 제안에 따라 박진만 감독은 부진에 빠진 오승환을 선발 투수로 세우는 일회성 파격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그에 따른 효과로 분위기 전환은 충분히 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오승환도 원래의 자리를 지켜내야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2군으로 잠시 내려가 휴식을 취하는 것도 불펜 복귀 준비를 위한 과정이다. 분위기를 바꾼 오승환이 얼마만큼 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느냐에 따라 삼성의 올 시즌 성적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오승환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어마어마하다. 은퇴라는 말은 루머로도 피어오를 시점이 아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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