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입장료 상승, 4인 20만원 넘어
장난감부터 외식가격까지 줄줄이 상승세
가정의 달→ 부담의 달로 기억하는 이들 늘어
지속된 고물가 흐름에 갈수록 서민 부담이 커져가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많은 가족이 외출·외식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대비 지출 금액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숨을 쉬는 이들이 많아졌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기준시점: 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해 2월(3.7%)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며, 전월인 3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3개월 연속 4.0%로 집계돼 좀처럼 둔화되지 않고 있다. 이 지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은 2020년 6월 이후 34개월 만이다. 하방 경직성이 높은 개인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통계청은 “물가가 하반기에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5월 첫 연휴(5~7일)를 앞두고 고물가 부담에 시름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
당장 어린이날의 대표적 외출 장소인 놀이공원 입장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롯데월드의 경우 성인 2명과 어린이 2명으로 이뤄진 4인 가족이 종일권을 이용하면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에버랜드도 3월부터 연간이용권과 종일권 가격을 최대 15.4% 올려 4인 가족(성인 2명, 어린이 2명) 기준 종일권 이용료는 최대 25만2000원에 달한다.
놀이공원뿐 아니다. 유아동과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아쿠아리움도 가격이 상향 조정됐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광교는 최근 14세 이상 요금을 2만8000원에서 3만원으로, 13세 이하 65세 이상은 2만5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인상했다.
특히 어린이날 아이들 장난감만 하나씩 사줘도 부담이라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명 로봇시리즈 장난감 한 상자 가격이 10만원 넘고,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든 캠핑카 장난감은 할인을 해도 9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가 많은 유아동복 물가는 지난달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최근 10년 새 상승폭이 가장 컸다. 롯데멤버스가 최근 성인 1000명을 설문한 결과 어린이날 평균 선물 예산은 12만4800원으로 분석됐다.
외식 가격 역시 지난해 부터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햄버거·피자·치킨 등 프랜차이즈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그 중에서도 특히 햄버거(17.1%), 피자(12.2%), 돈가스(9.9%) 등 어린이의 ‘인기 메뉴’가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어른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도 1만원으로 먹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삼겹살, 삼계탕, 냉면 등 대표 외식 품목 8가지의 3월 서울 기준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소 7.3%에서 최대 16.3% 올랐다.
외식 물가는 향후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물가 불안을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수두룩 하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의 인상폭이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 원가가 오르고, 이는 외식 물가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5월 가정의 달을 부담의 달로 마주하는 이들이 많다. 챙겨야 할 기념일은 많은데,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이다. 월급은 그대론데 지출은 큰 폭으로 올랐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식비 비싼데 가족모임 어떻게 하나요?’ 같은 질문이 최근 자주 올라오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가 4월25~5월1일 사이 온라인 블로그의 ‘외식비’와 관련된 게시물의 긍정·부정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부정 평가한 글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는 ‘비싸다’ ‘만만하지 않다’ ‘여유 없다’ 등이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생활 물가가 굉장히 크게 올랐는데, 올해도 전년 대비 또 오르고 있어서 선물비 용돈, 외식비, 외출비, 여기에 레크레이션 비용까지 가정의 달 지출이 굉장히 클 것 같다”며 “하반기도 공공요금 등으로 인해 고물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