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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K반도체 붕괴=글로벌 공급망 공멸' 기억해야[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5.15 07:00 수정 2023.05.15 08:21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美, 조건부 반도체 장비 반입 허용 검토…반도체 생태계 붕괴 위기감 고려한 듯

韓 건의 받아들여 보다 완화된 기준 마련해야…삼성·SK 붕괴는 시장 공멸 명심해야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미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 반입을 계속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쏟아지는 규제로 시달려온 한국 기업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미국이 물불 가리지 않고 여러 정책을 살포하면서 삼성과 SK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보조금을 주겠다면서 영업 기밀을 요구하거나, 중국에 첨단 장비 도입에 딴지를 걸며 국내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했다.


불확실성이 높아보였던 반도체 리스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다. 양국 정상이 반도체법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 한·미 양국이 여러차례 회담을 가지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감안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인 한국의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는 있지만, 우리 요청을 마냥 들어주지 않다가는 자칫 반도체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중이며,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에는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 1·2위 기업이 중국에서 만드는 D램·낸드 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의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목적 아래 한국 기업의 손발을 묶으면, 반도체 생태계의 지속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메모리 반도체(한국), 반도체 장비(일본·네덜란드), 파운드리(대만) 등 공급망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노리는 미국이 원하는 미래가 아니다.


이 같은 후폭풍을 감안해 미 정부는 조건을 두는 방식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기술이 중국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특정 사양 이상의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룰(rule)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은 반드시 한국측의 입장을 반영한 적정선을 찾아야만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공급망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 속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감당하느라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다. 사업 정상화와 차세대 기술 선점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살아남는 유이한 방법이므로 최대한 몸부림치고 있다. 미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여러 건의를 받아들여 반도체 장비 도입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맹은 혼자가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때라야 의미가 있다. 한·미가 주도하는 반도체 생태계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한 축인 국내 기업들의 존속과 성장 또한 보장돼야 한다. 입술이 사라지면 이가 시리게 마련이다. 삼성·SK 타격은 곧 전세계 반도체 시장 붕괴를 가져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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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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