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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간첩단도 조주빈도 신청 국민참여재판…강력범 악용 못하게 해야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05.18 07:08 수정 2023.05.18 07:08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2022년 대표했던 '과이불개(過而不改)' 표현…2023년 상징하는 단어로 재선정 되나

창원간첩단-조주빈 "법관 못믿는다" 국민참여재판 신청…법조계 "시간끌기 전략일 뿐"

사법 정당성 및 신뢰 높려고 도입된 국참…강력범들 신청으로 '제도 본질' 훼손 우려

통과됐다면 강력범 '국참 악용' 선례 생겼을 것… 방지할 기준과 잣대 필요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지난 4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이불개(過而不改)'


2022년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교수들이 선정한 이 사자성어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런데 이 사자성어가 2023년마저 대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속죄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국민을 우롱하는 상황이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창원간첩단' 피고인들이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며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 변호인은 "국민의 상식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국민참여재판 신청 근거로 삼았다. 앞서 올해 2월엔 미성년자 성 착취 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추가 기소된 성범죄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가 배제 결정을 받았다. 당시 그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며 내민 근거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창원간첩단 구성원들과 조주빈은 각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피고인이자 성범죄자로 죄질 자체가 불량하다. 실제 법조인들도 이들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제도 신청 취지가 "시간 끌기 전략일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이들이 사법의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악용하려 했는데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피고인들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설령 피고인이 대한민국 국민 안전에 위해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더라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성범죄자일지라도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기에 피고인들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죄가 없고, 정녕 떳떳하다면 그들에게 죄가 없다는 것에 공감하는 국민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 그게 안 된다면 스스로 자필 진술서라도 작성해 본인의 결백함을 증명하면 된다.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강력범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악용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약자를 보호하기 도입된 이 제도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다행히도 위 사건을 심리한 두 재판부는 이들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혹여라도 통과됐더라면, 강력범들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악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법부는 죄질이 나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국민참여재판이 필요한 국민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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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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