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상·지역상 전초전, 총력전 불가피
결과 따라 양당 지도부 운명 갈릴 수도
민주, 무공천 압박으로 기선제압 시도
"김태우는 영광의 상처"…국힘 맞불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이 18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으며 직을 상실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직을 상실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명목상으로는 기초자치단체장 재보선에 불과하지만, 시기와 지역을 고려했을 때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 다수의 관측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대치가 정점에 이를 시점에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총선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심지어 선거 결과에 따라 양당 지도부의 운명까지 걸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직후 최고위원들의 설화로 리더십이 흔들렸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물론이고, 대장동 의혹과 방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지도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다. 패배 시 당 안팎의 사퇴 압박에 직면할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의 '유죄'로 재보선이 열리는 만큼 무공천의 명분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서구는 지난해 지방선거 전까지 민주당 소속 노현송 전 구청장이 3연임을 했을 정도로 민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강서 갑·을·병 현역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기도 하다.
대선 직후 치러져 국민의힘의 분위기가 좋았던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는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불과 2.6%p 차 신승을 거뒀었다. 국민의힘 지도부 입장에서 불리한 험지에 모험을 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민주당도 당장 무공천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영호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비롯해 강서구가 지역구인 강선우·진성준·한정애 의원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보궐선거로 인한 혈세 낭비와 구정 공백에 대해 강서구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지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공천하는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선거 여건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류다. 패배를 우려해 공천하지 않는 것은 공당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며, 무공천은 민주당의 선거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서울 지역이 열세인 것은 '상수'이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태우 전 구청장의 대법원 선고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전쟁에서 생긴 '영광의 상처'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일반적인 부패 사범과는 결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다.
김 전 구청장도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재판에 의해 내가 잠시 강서구청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진실은 왜곡될 수 없다"며 "나에 대한 문재인 검찰의 정치적 기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한 정치적 탄압이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나는 2018년 문재인 청와대의 부정비리 은폐를 공익신고했다. 권력이 아닌 국민의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한 순수한 공익신고였다"며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다. 이게 상식이고 정의이고 법치"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사법부에 의해 유죄가 선고됐지만 같은 상황이 또 오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강서지역 핵심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의 유죄는 문재인 정부, 조국 전 장관의 비위와 싸우다가 난 상처이기 때문에 부패 사범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 때에도 (1심에서 유죄가 나왔음에도) 당이 공천을 한 것이며, 대법원 유죄 때문에 무공천을 한다는 것은 우리 당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우리 당에 쉽지 않은 것은 맞지만, 총선 전초전이기 때문에 당이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선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