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오염수 시찰단 활동 본격…‘깜깜이’ 논란에 국민 불안 못 씻어


입력 2023.05.23 09:12 수정 2023.05.23 09:14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3일부터 오염수 배출 시설 확인

5박 6일 중 실제 점검은 이틀뿐

명단 비공개에 민간 전문가도 없어

오염수 채취 불가 등 기대 못 미쳐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출국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22일 일본에 도착한 시찰단은 오늘(23일)부터 오염수 관리 실태 검증에 나서는 가운데 민간 전문가를 포함하지 않은 시찰단이 5박 6일 일정으로 국민 우려를 불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해양수산부와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관계부처 테스크포스(TF) 등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정부 시찰단은 지난 22일 일본에 도착했다.


시찰단은 첫날 자체 준비와 일본 측 관계자(도쿄전력 등)를 만나 기술 회의를 하고 23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번 시찰 핵심은 23일과 24일 이틀간 진행하는 오염수 관리 실태 점검이다. 실태 점검에서는 다핵종제거설비(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가 방사성 물질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사찰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핵종제거설비를 중심 핵종 제거 부분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 방류 관련 안전성을 체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단장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가 본 것이 뭔지, 추가 확인할 게 뭔지 충분히 설명하면 국민도 많이 신뢰하지 않을까 한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적 접근을 통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검증하겠다는 시찰단과 달리 일각에서는 이번 원전 방문이 국민 우려를 씻어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2일 오후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일본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심층 조사·확인 불가능…‘수박 겉핥기’ 우려


우선 시찰 기간이 짧다. 5박 6일 일정 가운데 실제 원전과 오염수 방류 관련 시설을 둘러보는 것은 이틀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상 처음 시도하는 오염수 해양 방류를 세밀하게 점검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장에 있는 오염수를 직접 채취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우리 정부로서는 시찰단이 현장 오염수를 직접 수거해 분석하는 게 가장 정확하지만, 일본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총 21명으로 구성한 시찰단에 민간 전문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시찰단은 유 단장을 비롯해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으로 구성했다. 시찰단원 전부가 사실상 정부 기관 또는 출연연구소에 근무하다 보니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여기에 출국 이후까지 시찰단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깜깜이’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시찰단 참여자들이 실무자들이고 명단 공개가 핵심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들이 (명단공개로) 심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고,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찰단을 파견한 다른 국가들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걸린다. 대만은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시찰단을 일본 현지에 파견한 바 있다. 당시 대만 시찰단은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K4 탱크, 해저터널 현장 등을 둘러봤으나, 전체 일정을 도쿄전력이 통제하면서 검증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찰단 파견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살펴보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최 부위원장은 “쟁점에 대해 명확하게 한국 조사단에 상당한 전권을 주고 조사 내용을 수용하겠다든지 이런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둘러본다는 것”이라며 “(일본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정도의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 시찰과 별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조만간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6차 보고서를 발표하고, 오염수 방류 관련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