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폭우·가뭄 ‘지구 온난화’ 탓
산업화 이후 10년마다 평균 0.2℃↑
2℃ 더 오르면 산호초 99% 소멸
10년마다 해빙 소멸…복원도 불가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속출하면서 지구가 견디는 한계 기온에 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폭우와 폭설,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결국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결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세계 기후·환경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지구 한계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190여 개 국가가 기후협약을 맺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아래로 유지하자고 서약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에는 파리협정 때보다 기온 상승 저지 목표치를 낮췄다. 우리나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최종 승인했다. 보고서는 6000여 건에 달하는 전문가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현재 온난화 현황과 전망, 인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목표(1.5℃)를 설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은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약 1℃가량 지구 기온을 높여놨다. 1850~1900년 대비 2006~2015년 지구 평균온도는 0.87℃ 상승했다.
온도 상승 폭은 최근 인류 산업활동 가속화로 10년마다 평균 0.2℃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2018년)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하면 2030~2052년 사이 1.5℃를 넘기게 된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한 잔여탄소배출총량(carbon budget)은 4200~5800억t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한 국가별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2030년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은 520~580억t에 이른다. 이는 1.5℃ 달성에 필요한 배출량(250~350억t)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이런 추세면 2100년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건은 1.5℃를 초과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하느냐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1.5℃ 오르면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거주지역 대부분에서 극한의 고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기온이 1.5℃ 오르면 고유 생태계와 인간계에는 ‘높은 위험’이 발생한다. 중위도의 폭염일(日) 온도가 3℃ 높아진다. 40℃를 넘나드는 날씨가 ‘예삿일’이 되는 것이다. 반면 고위도는 극한일 온도가 4.5℃ 상승한다.
산호초는 70~90%가 소멸한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산호초에 서식하고 있던 수많은 생물도 함께 사라진다. 육상 생태계는 곤충의 6%, 식물 8%, 척추동물 4%가 없어진다. 육지가 바다가 되고, 바다가 육지가 되는 등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되는 면적이 지구 전체의 6.5%에 달한다.
해수면 1m 상승 때 몰디브·해운대 바다 밑으로
해수면은 0.26~0.77m 높아진다. 몰디브는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긴다. 우리나라도 일부 해안 도시는 사라진다. 김백민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해수면 수위가 80㎝에서 1m 상승하면 부산 해운대 등 상당수 해안가 도시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간 위험’ 정도 대규모 특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북극 해빙(海氷,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이 완전히 소멸하는 빈도는 100년에 한 번 정도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 상승뿐만 아니라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분출돼 각종 전염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나마 1.5℃ 상승했을 때는 복원이 가능하다는 게 작은 위안 요소다.
2.0℃까지 오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고유 생태계와 인간계는 ‘매우 높은 위험’에 노출된다. 중위도 폭염일 온도가 4℃ 오른다. 고위도 극한일 온도 역시 6℃ 상승한다. 상상조차 힘든 조건이다.
산호초는 99% 이상 소멸해 사실상 멸종에 가까워진다. 번갈아 닥쳐올 가뭄과 홍수에 빈곤·취약 인구는 최대 수억 명 증가한다. 물 부족 인구는 최대 50% 늘어난다.
곤충의 18%, 식물 16%, 척추동물 8%는 서식지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전환되는 면적은 13%에 이른다.
해수면은 최소 0.3m에서 최대 0.93m 높아진다. 이는 몰디브와 해운대 침수 우려를 넘어 1.5℃ 상승 때보다 1000만 명 이상 인구가 해수면 상승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 해빙은 10년에 한 번 소멸하며, 복원 자체가 어렵다. 남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산 손실도 불가피하다. 심지어 영국의 지구 과학 전문가 마티유 몰리그헴 박사는 빙하가 다 녹으면 지구 자전 속도마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해양생태계와 연안자원, 어업은 치명타를 입는다. 경제 활동 손실 차원을 넘어 인류 건강과 생계, 식량, 물, 안보 등 거의 모든 부분이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위기는 취약계층일수록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낮추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45%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2050년까지는 인간이 산업활동으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돼야 한다.
UN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WMO는 지금의 일시적 상황으로 보면 1.5℃ 기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탈라스 총장은 “따뜻한 엘니뇨가 앞으로 수개월 안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엘니뇨가 인간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 기온을 미답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WMO의 경고 “5년 후 기후, 예측조차 못 한다” [1.5℃ 공포③]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