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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방송에 빼앗긴 작가들…공연계, 작가 인재풀 확보 과제로


입력 2023.06.08 11:01 수정 2023.06.08 11: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작가들도 자기 살길 찾는 거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서 활약한 김히어라는 14년차 뮤지컬 배우고, tvN ‘슬기로운 의사 생활’로 스타덤에 오른 전미도 역시 당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이후 14년 만의 드라마 데뷔였다. 공연계 스타들이 방송, OTT로 진출하는 것을 넘어 업계에서는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의 이동도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는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실험작들을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소년심판’은 김민석 작가의 첫 작품이고 ‘좋아하면 울리는’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역시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거나 신인 작가의 공동 집필작이다. 즉 신인 발굴의 무대이면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진출의 기회로 작용한다.


더구나 넷플릭스 서랜도스 CEO는 방한 사실을 알리면서 “넷플릭스는 한국의 신인 배우, 감독 작가 발굴에 노력함으로써 한국 영상 작품이 전 세계에서 지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의 창이 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영상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작가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데뷔, 더 나아가 글로벌 진출까지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극작가 지망생 A씨는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최근엔 드라마 형식의 극을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공연계에서도 ‘이름값’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접근하기 쉬운 방송이나 OTT,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통해 작가로서 경력을 먼저 쌓으려는 지망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OTT로 신인 작가들이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과거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일반적으로 모두가 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면, OTT 플랫폼에서는 창작자의 독특한 스토리가 우선시된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방송 시장과 달리 OTT는 각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고, 시청자층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러닝타임이나 횟수, 주제 등 특정 제한이 없어 접근도 쉽다.


수익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계에서 신인 작가로 작품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대본을 가지고 있어도 무대가 없으면 공연을 올릴 수 없다. 무대를 만드는 데는 큰 자본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부분 정부나 재단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OTT의 경우는 신인 작가라도 시나리오를 가져가면 알아서 자연스럽게 투자가 붙기도 하고, 유명세가 있는 극작가들 역시 최근 OTT의 흥행의 영향을 받고 있다. 무대를 올리기까지 오랜 기간을 투자해야하는 공연계에 비해 수익적인 면에서 극적인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이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봤다.


공연계에도 ‘창작산실’을 비롯해 ‘젊은 연극상’ ‘DIMF 뮤지컬 인큐베이팅 사업’ 등을 비롯해 다수의 신인 작가 육성, 발굴 사업들이 있지만 지원하는 신인 작가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는 “공연계에 신인 발굴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당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를 장담하긴 힘들다. 대부분 이미 이름을 알린 유명 극작가들과 계약하고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연계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작가들의 이탈을 더 극심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작가들도 자신이 살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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