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빗발치는 요구에도…이재명, 끝내 '천안함 사과' 없었다


입력 2023.06.09 14:02 수정 2023.06.09 15:13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최원일 전 천안함장 요구에도 '묵묵부답'

박성준 "권칠승이 사과하지 않았나" 반문

'당내 반발' 고조 조짐…홍익표 "월요일

의총에서 사과·유감 표명 있지 않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원일 전 함장 등 천안함 생존장병 및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천안함 논란'과 이를 촉발한 이래경 혁신위원장 선임 사태에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최소한 "유감 표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두 귀를 모두 닫은 모양새다. 이에 오는 12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향한 성토와 반발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9일 국회본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전 함장과의 면담 및 사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전날 최 전 함장이 권칠승 수석대변인과 만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면담과 사과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사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음에도, 끝내 이를 무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이 대표는 천안함 논란과 관련한 발언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표는 "마이동풍(馬耳東風·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버림)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끊임없이 민생과 경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며 "초부자 감세엔 전광석화였던 윤석열 정부가 펑크 난 세수를 메운다고 서민의 세금 감면 혜택 줄인다고 한다.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이어 이 대표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물망에 오른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전날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의혹에 대해 반박 자료를 낸 사실을 언급하며 "'새빨간 거짓말인 거 아시죠' 라고 되묻던 이명박 그 대통령의 최초의 핵관 다운 태도"라며 "'더글로리'의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를 너무나 똑 닮았다"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정부·여당과 관련한 공세를 강화해 재차 자신을 향한 비난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지도부 역시 천안함 논란과 관련해선 함구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무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전 함장 (사과) 요구에 당 차원에서 보고 논의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논의는 없었고, 천안함에 대한 당의 입장이 분명하고, 권칠승(수석대변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전날 권 대변인이 최 전 함장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니 추가적인 사과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사실상 이 대표가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대응을 향한 당내 불만은 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당내에선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자진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논란을 촉발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데다, 천안함과 관련한 이 대표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로 당내에선 비명계는 물론이고 친명계조차도 이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를 향해 "정당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책임자인 당대표가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유감 표시도 할 수 있고, 당내 유감 표시도 있고, 국민들을 상대로 사과할 수도 있고, 적절한 문책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이 대표가 최소한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제 당의 눈길을 오는 12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로 쏠리고 있다. 본회의를 앞두고 열릴 해당 의총 직전이나 당일까지도 이 대표가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을 경우엔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가) 아무래도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게 맞다. (그래서) 본인도 당대표로서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 아니겠나"라며 "다음 주 월요일날 의총에서 (이 대표가) 이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이번 사태 전반에 대해서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과나 유감 표명까지도 아니고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라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말 한 마디면 사실상 사과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의총 전까지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분명히 반발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이 대표가 주장하는) 상황은 마이동풍이 아니라 동문서답 수준"이라며 "핵심 지지층에 갇혀서 딜레마에 빠진 것 같은데, 분명하게 입장을 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