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사용, 고효율 항공기 도입, 연료 효율화 등 통해 탄소 저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항공 여행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는 같은 거리 대비 다른 교통수단보다 탄소 배출량이 월등히 많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최우선 가치로 대두되고 이를 위한 규제도 강화됨에 따라 항공업계도 탈탄소를 서두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사용, 고효율 항공기 도입, 연료 효율화,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탄소배출 과다 업종의 오명을 벗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항공기가 전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5%에 불과하지만, 이동수단 중 탄소 배출량은 가장 많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에 따르면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탄소 배출량은 버스 105g, 중형차(디젤) 171g, 중형차(가솔린) 비행기(단거리) 255g으로 비행기가 압도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여기에 높은 고도에서 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가장 기여를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방안은 SAF다. SAF는 기존의 석유 항공유를 대체해 동식물성 기름, 폐식용유, 해조류, 바이모 매스 등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업계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수단별 비중은 SAF 65%, 탄소 상쇄·포집 19%, 항공기 신기술(전기, 수소) 13%, 인프라·운항 개선 3% 등이다.
대한항공은 SAF 활성화를 위해 현대오일뱅크와 SAF 제조 및 사용 기반 조성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신규 바이오 연료의 국내 도입과 사용 촉진을 위해 정부 주관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적 항공사 최초로 정기 노선인 파리-인천 구간에 SAF를 사용해 운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효율 항공기 도입으로 연료 효율 개선을 하고 있다. 최근 A220-300, A321-NEO, B787-9, B737-8은 동급 기종 대비 좌석당 탄소 배출량을 20~25%까지 감축할 수 있는 고효율 항공기를 도입했다. 특히 A220-300과 B787-9는 회사의 주력 기종으로써 각각 국내 단거리 노선과 해외 장거리 노선에 적극 투입했다. 기령 20년을 초과한 항공기들도 순차적으로 송출해 보유 항공기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운항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전문 솔루션 프로그램을 검토 후 대한항공의 제반 운영 상황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연료관리시스템도 도입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신기재 도입, 연료절감 활동 등으로 친환경 방침을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동급 항공기 B777보다 연료 효율이 25% 높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도 25% 적은 차세대 항공기 A350을 도입했다.
연료 절감을 위해 이륙 전부터 운항 과정, 착륙까지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과도한 연료 소모 기종·노선에 대해 수시로 원인을 분석해 경제 항로, 근거리 교체 항공 등을 발굴하는 등 비행 계획을 효율화한다.
또 항공기가 지상에 있을 경우 지상전원장비(GPS, GPU)를 사용해 보조동력장치(APU) 사용 시간을 최소화한다. 무게중심 후방관리를 통해 최적화된 중량관리도 이룸으로써 연료절감과 안전운항을 도모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은 기술력이나 비중 등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당장 주요국 환경 규제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상태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SAF를 2% 이상 섞도록 의무화했다.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63% 등 점차 확대된다.
하지만 급격하게 SAF 비중을 늘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산시설 한계로 공급 자체가 부족해 전 세계 항공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 수준에 불과하다.
SAF 등 바이오 항공유 가격이 기존 항공유보다 3~5배가량 비싸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여객 부담으로 이어진다. IATA는 친환경 정책이 강화됨에 따라 SAF 사용도 확대되면 향후 10년에서 15년간 국제 항공 요금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더구나 국내 항공업계는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도입 기반도 뒤처져 있다. 미국, 유럽 등 일부 기업은 이미 SAF를 생산하고 세액공제 등을 적용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연내 SAF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증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IATA 총회에서 결의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지속가능항공유 등 다양한 감축 수단을 도입 노력중이며, 국내 항공업계도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체계적으로 관리중”이라며 “특히 항공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 도입 위해 항공 제작사, 정유업계 등과 협력을 지속 펼쳐나가고 있으나 생산, 급유 인프라가 절실한 상황이며 국가적 지원이나 혜택이 준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