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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천만’ 향하는 ‘범죄도시’ 시리즈 향한 씁쓸한 시선 [기자수첩-문화]


입력 2023.06.18 07:01 수정 2023.06.29 11:0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범죄도시3’ 천만 돌파 목전

반가움 뒤, 한국영화 향한 우려 계속

시즌2에 이어 시즌3의 천만 돌파 또한 확실해졌다. ‘범죄도시’가 세 시즌 연속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에도 드디어 장기적 인기를 누리는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가 탄생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한계를 딛고, 6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영화에 등극했다.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하얼빈에서 넘어온 악랄한 조직 두목 장첸(윤계상 분)을 처단하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선사하며 ‘괴물 형사’ 마석도라는 인기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는 ‘범죄도시’가 시리즈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후 2022년 마석도가 또 다른 빌런과 맞서는 과정 담은 시즌2로 돌아와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는 장기 프로젝트 가능성도 활짝 열렸다. 이미 시즌4까지 촬영을 마쳤으며, 마석도를 연기하며 기획과 각본에도 참여한 마동석은 추후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예고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세 번째 시즌까지 천만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마동석이 언급한 여덟 편 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졌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때,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고 실현할 수 있는 할리우드를 부러워하기만 했던 한국 영화계에도 반가운 일이 됐다.


여기에 한동안 외화들에 박스오피스 상위권 자리를 내줬던 국내 영화들의 부진 흐름까지도 시원하게 끊어내면서 ‘범죄도시3’ 천만 돌파에 대한 환영의 시선들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도시3’의 흥행을 한국영화 전반의 경사로 연결 지으며 남아있는 문제점들을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한다.


한 예로 ‘범죄도시3’가 개봉 직전, 유료 시사회를 통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을 하는 등 ‘변칙개봉’을 시도해 시선 몰이에 나섰으나, ‘한국 영화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분위기와 맞물려 이에 대한 지적들이 힘을 잃은 바 있다. 변칙개봉은 유료 시사회 또는 프리미어 상영 등을 빌미로 개봉 전 미리 관객들을 만나 관심을 선점하는가 하면, 높은 매출을 바탕으로 이후 스크린 확보에 도움을 주곤 한다. 즉 지적받아야 마땅할 꼼수였으나 ‘‘범죄도시3’의 성과를 축하하는 것이 먼저’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범죄도시3’의 흥행이 이후 한국영화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할 순 없다. 이 영화를 향한 쏟아지는 관심은 단지 인기 프랜차이즈 영화를 향한 주목일 뿐, 이것을 한국영화 전반의 반등과 연결시킬 순 없다는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짜임새 있는 전개로 완성도를 높이기보단 적절한 유머 통해 웃음을 유발하고, 시원한 액션 통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오락성’에 철저히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런데 이것이 하나의 흥행 공식이 되면서 되려 다양성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영화 위기’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높아진 영화 티켓의 가격이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관객들이 재미가 보장된 영화를 선택하려 하는 가운데, 한국영화들의 완성도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선 의미 있는 시도들도 ‘소용없는 일’이 되곤 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외계+인’ 비롯해 ‘유령’, ‘다음 소희’ 등 색다른 시도에 초점을 맞추거나, 필요한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작품들은 철저히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실패하지 않을 선택’을 강조하면서 ‘완성도’ 강조하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검증된 맛’만 대중들에게 통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판하거나, 성과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 시도는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눈높이는 높아진 관객들을 충족하기 위해 창작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딜레마에 직면한 한국 영화 창작자들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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