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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 규제’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현장 목소리에 답이 있다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3.06.20 06:30 수정 2023.06.20 06:40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주말농장족 반발에 농지법 입법예고 중단

농식품부 장관, ‘농막 규제’ 다시 손본다

현장 목소리 듣고 특단의 대책 내놓아야

대구 북구 학정동 한 들녘에서 농민이 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농사를 직접 지어봤으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거야. 여섯 평 농막에서 잠시 쉬어가는 걸 제한하는 건 따듯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수고로움을 모른다는 거지.” 일주일 전 전남 나주시에서 20년 간 배 농사를 지어온 정모(56)씨가 농막 규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막 내 야간 취침 금지를 골자로 한 규제를 발표했다가 전면 보류했다. 지난 13일 제도 개정 취지를 안내하는 설명회까지 열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변경했다. 규제 강화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추가적인 보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직접 지시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농막은 농작업에 필요한 농자재 보관, 농산물 간이처리, 농작업 중 휴식 등을 위해 설치하는 시설(연면적 20㎡ 이하)로서 주거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농막 불법 증축과 별장 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농식품부는 이를 막기 위해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내놓은 기존 개정안 취지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감사원의 지적도 나왔듯 농지·건축법 위반 농막이 상당한 게 현실이다. 최근 감사원이 20여개 지방자치단체 관내 농막 3만3140채를 전수조사한 결과 1만7149채가 불법 전용·증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지를 잘게 쪼개 타운하우스처럼 분양해 쓰이는 농막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이익을 거두는 이들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농막 내 야간 취침 금지, 전입 신고 금지, 휴식 공간 면적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현장 불만과 농촌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비판이 속출했다.


귀농·귀촌을 준비 중인 베이비부머 세대와 도시농부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입법예고를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민참여입법센터 입법예고(부처) 홈페이지에는 농지법 시행규칙에 대한 의견이 4000건 가까이 접수됐다. 특히 의견 중 농막 규제를 ‘재검토해라’, ‘반대한다’는 공개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농막 규제는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례로 남게 됐다. 실효성이 부족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이번 개정안은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수많은 지자체가 농촌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농막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도시농 유입으로 인한 영향 분석 등을 통해 쇠락해 가는 푸른 지대에 숨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다만 기존 개정안을 수정한다는 시기나 향후 재입법 예고 시점에 대해 발표된 것은 없어 특단의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일단 ‘5도2촌’ 농막족들은 한숨을 돌렸다. 이번 계기로 농식품부가 여러 차례 현장 목소리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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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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