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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엘리엇 사건, 불필요한 세금 지출 방지 위해…면밀히 분석·대응"


입력 2023.06.24 03:55 수정 2023.06.24 11:13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법무부, 23일 ISDS 쟁점별 판단 결과 공개…중재판정부, 한국 정부에 약 690억원 배상 판정

지연이자 및 법률 비용 포함시 우리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돈…1300억원 웃돌아

중재판정부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찬성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책임 한국 정부에 귀속"

법무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위해 관련 법령과 판정문 등 사건 관련 정보 최대한 공개 예정"

한동훈 법무부 장관.ⓒ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무부는 23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의 쟁점별 판단 결과를 공개하며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무부는 중재판정이 이뤄진 지 사흘 만인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중재판정부의 쟁점별 판단 결과를 공개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 20일 '관할 성립'과 '한미 FTA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지연이자와 법률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돈은 13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관할권 문제와 관련해 중재판정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책임은 한국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들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표결에 개입한 것이 국가 책임의 근거가 되는 '조치'에 해당하고, 국민연금이 비록 법률상 국가기관은 아니어도 기능·재정적으로 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으므로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판결 내용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보호하도록 규정한 한미 FTA의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정하기도 했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손해액 산정에서는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엘리엇 측은 '두 회사 합병이 부결됐다면 실현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내재가치'를 손해액 산정 기준으로 삼아달라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이를 기각하고 '삼성물산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우리 정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이 사건은 2018년 7월 접수돼, 지난해 5월 사실상 모든 절차가 종료된 사안"이라며 "정부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 순수한 상업적 행위이고, 전체 주식의 약 11%를 보유한 국민연금 의결권만으로는 엘리엇 측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국민의 세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대리 로펌 및 전문가들과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며 취소 소송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론스타 사건'의 중재판정이 나오자 당일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취소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보다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국내 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확정판결이 판정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일각에서 나오는 구상권 청구 주장 등까지 두루 고려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대응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할 흠결, 절차의 심각한 일탈, 법리 오해 등이 있을 경우 판정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 법정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 절차명령에 따라 판정문 등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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