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NY 정계 복귀' 가능성에
'친낙 목소리·비명 결집 확률' 상승
추미애 "성찰부터 먼저 해야" 일갈
친명 지지자 "훼방꾼"…분열 고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귀국하면서 당내에서 잡음이 감지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우회적으로 정치적 역할을 시사하면서 친낙(친이낙연)계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이 쌓여있던 비명(비이재명)계가 결집할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친명(친이재명)계가 곱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 만큼, 향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7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귀국한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역할까지보다는, '이게 나라냐'라고 촛불 국민들께서 주문을 했을 때는 궁극적인 변화를 바랐을 텐데 너무 현상 관리에만 치중하면서 늘 여론조사에 전전긍긍하고 궁극적인 것이 무엇인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걸 이해시키고 설계를 함께 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런 점에서 성찰이 먼저"라며 "너무 신중하고 엄중하고 여론조사에 소심해져서 지금 뭔가. 이 검찰 국가의 탄생이 그냥 총체적 실패인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가 현 윤석열 정부의 탄생에 일조한 만큼 이와 관련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사실상 정치적 역할을 하지 말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추 전 장관이 이처럼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건, 최근 이 전 대표의 언행이 당내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4일 귀국길 행사에서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에는 나의 책임도 있다는 걸 잘 안다. 나의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다음날인 25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차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를 낸 뒤, 자신의 측근으로 꼽히는 설훈·김철민·박영순·윤영찬 의원, 신경민 전 의원 등과 서울 종로구 자택 인근에서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이 전 대표에게 향후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전 대표는 귀국과 동시에 서울 종로구 자택 인근에 사무실 계약을 마치는 등 복귀를 위한 몸풀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귀국과 동시에 일어난 상황들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이 전 대표의 정계복귀 움직임 만을 두고 추 전 장관 등이 반발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이 전 대표의 귀국과 동시에 그 측근들이 기다렸다는 듯 거센 발언을 쏟아내면서 갈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반발심리를 건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은 지난 26일 귀국길에서의 이 전 대표 발언을 정치 행보를 향한 각오로 해석한 뒤 "본인(이 전 대표)이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지는 본인만의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다. 당의 상황과 당이 얼마나 이낙연 대표에 대해 공간을 열어주고, 또 그 분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라는 부분이 분명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근 혁신위까지 가동 중인 당내 현안과 관련해선 "많은 분 의견을 들으면서 본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필요할 때는 당에 쓴소리도 하는 직책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싱크탱크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인 신 전 의원은 전날 이 전 대표가 낙향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아예 "저희는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악마화'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대선 패배 책임은 이낙연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개딸들 중심으로 그 논리를 1년 이상 확장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친명계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신 전 의원은 "당내 문제는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풀어보겠다는 건데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올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 띄우고 더혁신행동회의를 띄워서 공천을 완전히 새로운 물갈이를 하겠다는 걸 혁신으로 포장하고 있는데, 이 혁신이라는 것이 포장이 아니고 진짜 속살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라는 것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당내 모습에 이 대표 지지자들은 즉각 불만을 표시하고 나섰다. 실제로 민주당 온라인 당원게시판에는 이 전 대표를 향해 "훼방꾼이 또 나타났다"며 귀국 직후부터 이 전 대표를 향한 비난글이 이어졌다. 이에 맞서 친이낙연계 지지층에선 "지지마세요"라는 옹호글도 이어지며 하루만에 당 게시판이 두 쪽이 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친명계 당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이낙연을 선택의 조건 없이 버려야 한다" "이낙연과 윤석열의 공통점은 유학으로 책임 세탁하고 재판으로 사법세탁한 것" "문재인과 이낙연은 왜 촛불을 배신했을까" 등 수위 높은 비판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현재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친명계들도 편하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돈봉투·김남국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위원회까지 띄우는 등 당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전 대표의 움직임에 따라 비명계가 결집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당내에서 친낙계로 평가 받는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렇게 조용하지 않을 것이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움직임이 더 가속화될 경우엔 진짜 비명계의 결집과 이재명 체제의 끝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