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공여자 휴대전화 캘린더, 사후 수정…현금 지급 관련돼 신빙 어려워"
검찰 "1심서 무죄 선고된 알선수재 유죄 판단해야…캘린더 외에도 녹음 및 문자 확인"
재판부 "원심과 중복되지 않게 신문 특정하거나 다시 부를 필요성 있는 점 소명해 달라"
각종 청탁을 빌미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28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박원철 이의영 원종찬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총장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은 "현금을 수수한 적이 없었고, 계좌 송금으로 받은 돈은 알선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기에 법리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사건의 주된 증거인 사업가 박모씨(금품 공여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박 씨의 휴대전화 캘린더 상 사후 수정된 부분이 있는데, 대부분 현금 지급과 관련된 부분이라 신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박 씨를 2심에서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 가운데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알선수재 관련 8000만원도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박 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해선 "원심 증거조사에서 캘린더 외에도 실시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다수의 문자메시지와 녹음이 확인됐다"며 "사후에 작성된 일부 일정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씨 증인신문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형사소송규칙상 원심에서 이뤄진 증인을 다시 신문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그런 취지에서 부정적 의견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원심과 중복되지 않게 신문할 부분을 특정하거나 다시 부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소명해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14일 다음 기일을 열고 박 씨를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박 씨로부터 3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총 10억원대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부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6개월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3년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