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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믿는 보고서, 못 믿을 애널리스트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06.30 07:00 수정 2023.06.30 07:4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불법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 챙긴 증권사 직원

지속적인 하락장에서도 매수 일색인 보고서

신뢰 상실은 찰나…모럴해저드 방지 나서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신뢰는 쌓기가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우리가 자주 들어온 이 평범한 말은 가족·친구·선후배 등 다양한 관계에서 적용될 수 있다. 단순한 인간 관계에서도 그럴진대 돈이 오가며 이해가 얽혀 있는 관계라면 더더욱 이 말은 진리(眞理)일 수밖에 없다.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불법 선행매매로 부당 이득을 챙긴 사건이 적발됐다. 보고서를 내기 전 특정 종목의 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보고서 공개 후 주가가 오르면 이를 매도하는 수법으로 총 5억2000만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IBK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을 거쳐 DB금융투자에서 근무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에도 선정되기도 했던 인물이어서 투자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하락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과거 지속되는 하락장에서도 증권사들의 리포트는 매수 의견으로 채워졌고 이러한 리서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금감원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의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증권사들에서는 분석을 진행하는 기업이 고객이어서 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으로 현실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또 다른 고객인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는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투자자들의 신뢰 훼손은 비단 증권사 리서치센터나 애널리스트만의 일은 아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최근 잇따라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만 봐도 그렇다.


지난 4월 말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불거진 차액결제거래(CFD) 뿐만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채권 돌려막기와 불법 자전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동일 주체가 사고파는 행위) 같은 이슈들은 증권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잇따른 하한가 사태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어서 이는 더더욱 큰 파고로 다가올 수 있다.


증권사들이 날로 심각해지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소속 직원들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점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때이다. 과거 환경 보호에 대한 시급성을 알리는 캐치프레이즈로 환경 보전 콘서트의 부제로도 활용됐던 ‘내일은 늦으리’는 지금 증권가에서 가장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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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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