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한·중·일 교류행사에서 3국 국민의 인종적 특징을 강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소속 환구시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채널에 따르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은 지난 2∼3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협력 국제포럼에 참석한 한국 측 연설자인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한·중·일 협력이 아시아와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일본·한국 친구들이 미국에 가면 그들(미국인들)은 누가 중국인이고 일본인이고 한국인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유럽에 가도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코를 뾰족하게 다듬어도 서양인이 될 수 없다. 자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위원의 발언은 한·중·일 국민들의 인종적 유사성을 강조해 3국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인 동시에 ‘우리가 아무리 서구식 가치관을 배우고 체득해도 서구인들이 이를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배타적 인종주의를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인종문제의 민감성에 비춰 논쟁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종에 기반한 협력’과 ‘인종에 기반한 차별’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왕 위원의 발언이 인종에 기반한 동맹을 거론했다는 비판을 불렀다’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비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단순한 비유를 두고 지나치게 해석해 비난한다는 것이다.
왕 대변인은 “우리가 강조하려는 것은 중·일·한 3국이 응당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진정한 다자주의와 개방적 지역주의를 실천하며 지역을 냉전이나 열전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어떠한 언행에도 반대하고 지정학적 충돌과 집단적 대립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