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생빌라 논란, 정부·지자체 알고도
묵인한 것…구제 방안 마련해야"
지난 2019년 건축법 개정 이후 서민주택 개조에 따른 이행강제금이 제한없이 부과되고 있어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 31명이 한데 모여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등 관련 제도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광진갑) 등 여야 의원 31명은 5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서민주택 개조에 따른 영구 벌금제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전혜숙 의원은 "이번 토론회는 다양한 피해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문제점을 진단한 후, 현행 특정건축물 중 일정 기준을 만족하는 건축물에 대해 합법적으로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약 800여 명의 피해자들이 참석하였으며, 토론 시작에 앞서 먼저 4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찬성 서명지 전달식을 가졌다.
좌장인 전혜숙 의원의 진행에 따라 이춘원 광운대 교수가 불법 건축물이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제도의 한계에 대해 발제를 진행했고, 이어서 서영교·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정희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 김승원 서울시 주택공급기획관, 박인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 앞서 행사를 공동주최한 국토위 민주당 간사 최인호 의원은 "국토위 간사로서 위법건축물의 양성화와 과도한 강제이행금 문제를 챙기겠다"고 밝혔으며, 같은 국토위 소속 맹성규 의원도 "국토위 위원으로서 상임위에서 문제를 논의하고 필요한 입법과 시정이 필요한 사항을 짚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김도읍·이종배 의원 등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특히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토위에서 관련 법안이 올라오면 법사위에서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제도개선 의지를 밝혔다.
토론 발제를 맡은 이춘원 광운대 교수는 "현행 건축법이 매우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탓에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건축사 등이 업무 대행시 위법한 시공을 묵인하거나, 고의적으로 위법 시공 이후 분양을 하면 법이 익숙하지 않은 피해자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전혜숙 의원은 "현재의 근생빌라를 포함한 불법 건축물 논란은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가 알고도 묵인한 것"이라며 "이 책임을 서민 피해자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특히 정부가 주도했던 공공주택특별법 사례처럼 민간 근생 빌라를 구제하는 방안도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서영교 의원은 "부동산 보급을 위해 민간에서 불법 증·개축이 발생했고 건축법 개정 당시 유예 기간 없이 법이 시행되는 통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서민들이 가혹힌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불법건축물을 위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현상의 산물로 이해해야 한다"며 "불법 낙인이 찍힌 건물은 매매도 불가능해 선량한 서민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윤영찬 의원은 "근생빌라가 주거가 허용되지 않는 상가라면 부동산 매매계약 이후 등기·전입신고 등 뒤따르는 행정절차에서 피해자들이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들이 알고도 묵인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내집이 불법 건축물인지,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안되는 공간인지 알 길이 없다"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바로잡을 기회가 제도적으로 안착돼야 한다"고 현 제도의 문제를 꼬집었다.
김승원 서울시 주택공급기획관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불법 건축물 단속을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모두 다 단속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소형 주거 건축물에 거주하는 분들이 수익을 위해 위반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의성이 없는 대상 건축물에 대해서는 여러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구제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직접 행정을 집행하는 지자체의 입장을 전했다.
국토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정희 건축정책관은 "근생과 주택을 비교해보면 주택은 상가보다 안전기준이 강화돼 있어 안전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쉽지 않고 한 번 양성화를 해주면 또 해줄 것이라는 기대심리에 불법 건축물이 더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법 적용 범위에 대한 고민, 근생 등 시설 종류·면적 등 다양한 고려가 필요한데 지자체의 의견을 들으면서 고민을 이어가겠다”고 국토부의 입장을 전했다.
행사를 주최한 전혜숙 의원은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여야 의원들과 협력해 피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국토부가 수용가능한 법안을 도출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