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피플라운지] 스페인 와인 1위 ‘베가 시실리아’…“160년 전통 이어 100년 후 설계”


입력 2023.07.13 07:13 수정 2023.07.13 07:1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스페인 4대 와이너리 중 1위

145개국 수출..올해 아시아 시장 중 한국 시장에 ‘주목’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베가 시실리아의 주요 인물로 손 꼽히는 커머셜&마케팅디렉터 ‘Ignacio de Saralegui’(이그나시오 데 사라레기)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신세계L&B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와인.”


‘세기의 웨딩’인 영국 찰스 윈저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에 사용됐고 국내에선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프러포즈용 와인으로도 잘 알려졌다. ‘스페인의 국왕조차도 기다려야 구할 수 있는 와인’으로도 명성이 높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량 역시 한 해 300병 정도로 극히 한정돼 있다.


이 와인을 만드는 ‘베가 시실리아’는 스페인 안에서도 전설적인 와이너리로 불려진다. 4대 와이너리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세계 10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최고급 와인에 견줘 ‘스페인의 로마네 꽁띠’라 불릴 만큼 진귀한 와인을 생산하는 명성 높은 와이너리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베가 시실리아의 주요 인물로 손 꼽히는 커머셜&마케팅디렉터 ‘Ignacio de Saralegui’(이그나시오 데 사라레기)를 만나 베가 시실리아의 주요 와인과 그 와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베가 시실리아 메인 라인업. (왼쪽부터) ‘우니코’, ‘우니코 레세르바 에스페샬’, ‘발부에나’ⓒ신세계L&B
◇ 세계 4위 와인 생산국 스페인…“전통 기법 고수‧제한된 양 생산”


정열적인 투우와 축구의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생산량과 포도밭 면적에 있어서 세계 4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차가운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 다양한 토양과 높은 해발 고도 등이 고급 와인을 생산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베가 시실리아의 성공 비결은 엄격하고 철저한 포도밭 관리와 양조 정신에 있다. 포도는 해발 700~800m 경사면의 척박한 석회암, 모래, 자갈, 바위가 많은 땅에서 재배하며, 7년 이상 된 포도나무로부터 포도알을 하나하나 선별해 수확하는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수한다.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지난해 6월 오후 1시에 31도 였는데 새벽 1시에는 1도까지 떨어졌다”며 “이렇게 일교차가 큰 곳에서 포도를 생산하면 포도 맛이 다양해진다.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의 특징과 해를 많이 받았을 때 포도의 특징을 다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60년 전통의 역사는 기술발달과 반대되는 말이 아니다”며 “예컨대 핸드픽트와 배럴까지 직접 생산하는 것은 그만큼 와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포도를 엄선하고 제조 과정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다. 꾸준히 과학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베가 시실리아는 빈야드(포도밭)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1위 와인 생산국 칠레도 땅은 좋지만 포도가 잘 자랄 수 있는 땅이 어떤 땅인지 등의 따른 노하우가 아직 부족하다”며 “우리는 역사가 있고 최적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는 빈야드 자체가 와이너리의 큰 자랑”이라고 웃어보였다.


우니코 2013 제품 이미지 ⓒ신세계L&B

현재 베가 시실리아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메인 라인업은 3개다. ▲발부에나(Valbuena) ▲우니코(Unico) ▲우니코 레세르바 에스페샬(Unico Reserva Especial)이다. 발부에나부터 옆으로 갈수록 급이 높아진다. 점점 더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이 다양하다.


특히, ‘우니코’는 작황이 좋은 해에만 제한적인 양을 생산한다. 시음 적기가 될 때까지 숙성 보관한 후에 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오크통에서만 10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 후에야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와인으로 세계 최장의 숙성을 자랑한다.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우니코는 사실상 한 병에 80만원대로 접근성이 좋은 와인은 아니다”면서도 “수퍼 파인 와인 중에서 비슷한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가격과 비교해 굉장히 합리적이다. 소비 능력이 된다면 누구에게나 무조건 경험해보길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이어서 그는 “우니코는 작황이 안 좋으면 생산하지 않는 와인이기 때문에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2001년 서리 피해가 심해서 그 해 빈티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풍차를 돌려 열기를 퍼지게 해 서리가 안 내리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니코 페어링에 대해서도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보통 ‘레드와인’하면 육고기를 추천하기 마련인데, 개인적으로는 기름진 생선류와 페어링하면 좋다”며 “‘레드와인=고기’라는 공식에 갇히기 보다는 다른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을 시도해보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한 레스토랑에서 베가 시실리아의 주요 인물로 손 꼽히는 커머셜&마케팅디렉터 ‘Ignacio de Saralegui’(이그나시오 데 사라레기)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신세계L&B

◇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한국 와인 시장 ‘주목’


베가 시실리아는 145개국 이상에 와인을 수출 중이다. 국가별 수출 비중을 따졌을 때 ▲미주 대륙 25% ▲유럽 25% ▲아시아가 20%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올해는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 중 한국의 와인 시장 성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어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와인 수입액은 5억8128만 달러로 전년(5억5981만 달러)보다 3.8% 증가했다. 와인 수입량은 7만1020톤으로 전년(7만6575톤)보다 7.3% 감소했다. 수입량 대비 수입액이 늘어난 것은 고급 와인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날개를 달았다. ‘홈술·혼술’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와인 등 비교적 고가 주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이 많아졌다. 모임과 회식이 크게 줄면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생활 속 작은 사치로 와인 대중화가 가속화 됐다.


그는 “한국은 다른 아시아 시장보다 식문화가 많이 발전한 데다, 와인 문화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선진적이기 때문에 중요한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특히 미주나 유럽 시장은 이미 성숙화돼 있어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 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지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그나시오는 “팬데믹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더 좋은 와인을 찾았던 고객들이 다시 눈을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며 “이미 하이엔드 와인 테이스트를 경험하신 고객들이 저가 와인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스페인 베가 시실리아 와이너리의 모습. ⓒ신세계L&B
◇ 국내 와인 시장 성장 ‘열쇠’는?…“저가 와인 역할 중요”


그는 한국 시장 내 주류 트렌드 변화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국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주종 다변화 역시 이뤄진 데다, 주류 선호 역시 양극화 현상으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어서다. 최근 주류 시장은 가격대가 저가와 고가로 극명하게 나뉜 상황이다.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국내외 와인 종류가 너무 많아 경쟁이 심하지만, 사실상 베가 시실리아는 다른 와이너리를 경쟁자로 보고 있지 않다”며 “와인 산업 자체가 ‘베스트 와인’ 하나만 먹기 위해서가 아닌, 다양한 와인을 먹는 것 자체가 문화인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결론적으로는 마음을 열고 계속 드셔보셔야 좋다”면서 “와인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다양한 영화를 보면 볼수록 나에게 맞는 영화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품종과 양조 방식을 경험하면서 쌓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이그나이시오는 “저가 와인도 저가 와인 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와인을 경험해보는 것이 와인 문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떤 지역의 와인을 어느 정도 마셔봤고 안다고 생각해도 새로운 생산자가 나타난다거나 양조방식이 바뀐다면 재밌게도 또 새로운 맛이 난다”고 부연했다.


이날 그는 국내 와인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하나의 문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도 일침했다. 그 일환으로 소비자들이 와인을 향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향후 베가 시실리아가 가지고 갈 하나의 ‘챌린지(challenge‧도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와인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나 유럽 국가에서는 편하게 파티에 와인을 가져가서 먹는 음용 문화가 있기 때문에 하이엔드 와인도 마실 수 있는 전반적인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가고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그는 “베가 시실리아 자체가 프리미엄 와이너리다 보니 가격적으로 쉽게 접근하는 전략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새로운 세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와인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쪽으로 소통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그나시오는 “베가 시실리아를 대표해서 와인을 공급해주고 있는 수입사와 계속해서 베가 시실리아를 찾아주는 소비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한국 와인 시장이 커져 있는 만큼 베가 시실리아도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스페인 베가 시실리아 와이너리의 모습. ⓒ신세계L&B

그는 좋은 와인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지속가능성 경영’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베가 시실리아는 160년의 깊은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향후 100년 뒤 미래까지 생각하고 이를 설계해 실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1990년대부터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가닉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농업에 있어서 똑같은 품종의 식물만 넓은 범위에 심는 것 자체가 지구에 상처를 주는데, 그것을 중화하기 위해 포도밭과 토양을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숲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주변 포도밭 외에도 다양한 숲을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65헥타르에 코르크나무를 심는다”면서 “그 코르크나무가 자라기 위해선 20년 정도 더 걸리는데, 장기적으로 보고 20년 후부터는 실제로 와인 병입에 사용되는 코르크를 자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그나시오 디렉터는 “배럴도 자가 생산하기 위해 100만그루의 오크나무를 심어서 숲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 세기 정도 내다보고 있다”며 “이것은 사실 다른 와이너리에서 쉽게 하기 힘들다. 160년을 이어왔고 100년 뒤도 생각하고 있는 와이너리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자부했다.

'D-피플라운지'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