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무장반란 당시 핵배낭 탈취 시도했다”

로이터 "핵무기 저장고 100㎞ 앞 근접 확인"

美 "핵무기 탈취 시도 보도 확인 안 돼"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지난달 24일 점령 중이던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기 위해 트럭에 탱크를 싣고 있다. ⓒ AP/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지난달 ‘무장반란’ 때 러시아군 기지에 보관돼 있던 핵배낭을 노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지난달 24일 무장반란 당시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던 중 일부가 대열을 이탈해 인근 군기지 방면으로 향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수장 등 복수의 소식통들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이같은 행동이 핵배낭을 입수하려고 시도했던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모스크바로 진격하다 본대에서 10여대의 군용차량이 북동쪽으로 따로 움직이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것이 핵배낭을 탈취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주장이다.

용병 대열에서 이탈한 10여대의 군용 차량이 향한 곳은 러시아의 핵무기 저장고 중 하나로 알려진 ‘보로네즈-45’기지 방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로네즈-45 기지와 100㎞ 남짓 떨어진 탈로바야 마을까지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진출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 마을 인근에서 바그너그룹 용병들과 러시아군이 교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Ka-52 헬기가 격추돼 2명이 사망한 사실도 지역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보국 수장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은 무장반란 당시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탈로바야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보로네즈-45 기지까지 도달했고, 러시아의 소형 핵무기를 탈취하려 했으나 핵시설의 출입문을 열지 못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옛소련 시대 소형 핵 장치를 탈취해 반란의 판돈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부다노우 국장이 언급한 소형 핵 장치는 가방에 넣어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인 이른바 ‘핵배낭’을 말한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 모두 보유하고 있었으나 양국은 1990년대 초 핵 배낭을 모두 제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부다노우 국장은 그러나 바그너그룹의 핵배낭 탈취 시도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크렘린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이 소식통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특별관심지역’에 진입할 수 있었고 그곳에 핵무기가 저장돼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동요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점령한 러시아측 한 소식통도 “이 일이 크렘린궁의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24일 저녁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급히 종식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측 인사들은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핵배낭 탈취시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애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어느 시점에서 핵무기나 관련 물질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은 로이터의 관련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처벌하지 않은 것은 물론 반란 닷새 만에 이들을 크렘린궁으로 불러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반란의 전모를 둘러싼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롯해 바그너구룹 사령관 35명을 지난달 29일 크렘린궁으로 초대해 3시간 동안 면담을 했다고 발표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크렘린궁의 발표는 프리고진이 살아 남았다는 것을 러시아 엘리트들에게 알리는 신호”라며 “푸틴이 매우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그에게 살아남을 기회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직 보좌관 출신인 압바스 갈리아모프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전쟁에 푸틴의 운명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그는 바그너그룹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며 “프리고진 역시 푸틴이 몰락하면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그는 정권의 생존에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