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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알싸함’ 느껴봤어?…버릴 것 없는 “철원 고추냉이 나가신다” [新농사직썰-월령가⑧]


입력 2023.07.13 06:30 수정 2023.07.13 06:30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와사비 한글순화어 ‘고추냉이’

소화촉진 등 다수 약리작용

국내 인지도 개선으로 재배 규모 확대


철원 고추냉이는 오랜 연구와 개발 끝에 최적의 재배법을 찾아내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일본 와사비보다 우리나라 고추냉이 소비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편집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예전에는 회나 초밥에 얹어 먹었던 겨자소스를 ‘와사비’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돼지고기 등 고기류도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와사비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스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와사비와 같은 성분의 ‘고추냉이’가 있다는 사실. 강원특별자치도 철원에서 재배되는 고추냉이는 기분 좋은 알싸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식재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버릴 것이 없다. 오늘은 철원 고추냉이의 알싸함을 곁들여 맛있는 요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추냉이 꽃은 개화 시기에만 맛 볼 수 있는 진귀한 부위다. 샐러드에 곁들이면 여러 야채들과 잘 어울린다. 가벼운 알싸한 맛은 먹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일본 와사비? 이젠 철원 고추냉이에 주목


고추냉이는 ‘와사비’의 한글순화어로서 불리는 이름이다. 주로 국내에서는 회와 같이 먹는 데 익숙하다. 회에서 나는 비린내를 잡아주고, 항균작용을 하면서 알싸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간 크기 잎은 잎채소용으로 삼겹살을 싸서 먹으면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며 큰 잎과 줄기는 절임으로 먹으면 아삭아삭한 맛이 난다. 특히 추울 때 피는 꽃과 꽃대는 생으로나 절임, 무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습다. 고추냉이 하면 생각나는 연두빛 소스는 고추냉이 뿌리줄기(근경) 부위를 갈아 만든 것이다.


이 부위에 알싸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의 주성분은 알릴이소치오시아네이트(알릴겨자유)이다. 이 성분은 소화촉진, 비타민B1의 합성촉진, 비타민C의 산화억제, 식후인체 내 이상 발효 억제, 구충, 항균, 항진균, 항암(주로위암), 살충, 혈전용해(血栓溶解) 등 약리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이희종 철원군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장은 “고추냉이는 맛이 제대로 들려면 약 18~ 24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작물”이라며 “고추냉이는 십자화과의 다년생 저온음지성 향신료 작물로서 재배환경변화에 민감해서 키우기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추냉이 사업이 쉽지 만은 않다. 현재 다양한 분야의 방송 출연, 차량 홍보, 라이브커머스 판매 등으로 소비자에게 국내에서도 고추냉이가 생산·판매 된다는 점과 잎줄기 및 꽃대도 먹는다는 점을 알리는 상황에도 아직 소비자들에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장은 “각 지역별 특화 농산물에 대한 국·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지역특화 작목들에 대한 다양한 분야 지원으로 1차 산업에서 2차, 3차 나아가 6차 산업으로까지 연결돼야 한다”며 “점점 낙후화 돼가는 농업중심 군단위 지역주민들의 새로운 소득 창출기회와 지역사회 발전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물고추냉이 실증재배에 성공한 지역이 바로 철원군이다. 물재배는 농업기술센터와 연구기관, 농가 간 유기적 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철원과 찰떡궁합…고추냉이는 고부가가치 작물


고추냉이는 1998년 강원도와 함께 진행했던 고추냉이 재배시험포 조성사업이 시작이 됐다. 이후 선도 농가를 통해 재배돼왔다. 작목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있었다. 그러나 작물 재배 환경적 특성을 극복하지 못해 재배면적 확대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국내 고추냉이 재배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던 찰나, 2017년 강원도 고추냉이를 경험한 소비자들 입소문을 타고 구매 문의가 늘어나는 시점이 오게 됐다. 농가들 관심도 늘어나면서 급기야 2017년 철원군에서 고추냉이 작목에 대해 재배환경 극복을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철원군 농업기술센터는 여러 방면의 연구를 진행한 끝에 3건의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2020년 철원군에서는 고추냉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지역특화 전략작목(고추냉이)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고추냉이 농가 육성을 진행 중이다.


또 고추냉이 재배 농가 육성을 통해 철원군 내 과채류 생산 중심 시설하우스 작목을 다양화시켜 철원지역 주요 농산물 가격폭락 위험부담 해소하는 1석2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철원군 내에는 뿌리줄기를 주로 키우는 농가가 4농가, 잎줄기를 주로 키우는 농가가 6농가, 휴경중인 농가가 1농가로 모두 11농가가 작목반(철원한탄강 고추냉이 작목반)을 이뤄 약 2.82ha 면적을 재배하고 있다. 이는 모종보급기관 기준 국내 재배면적 약 5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배 방식은 수경, 토경, 저설·고설베드 재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2023년 현재 지역활력화기반조성지원사업을 통해 철원군 내 유휴하우스를 활용한 재배환경 조성을 통한 재배지원을 하고 있다.


철원군은 현재 2.82ha 재배면적을 오는 2025년까지 약 5ha까지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비선호 크기 상품들과 늘어나는 물량의 안정적인 판매를 위한 유통방법과 가공방법 및 가공상품을 농가와 함께 연구하는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장은 “지역 내 우수 품종자원을 이용해 밭고추냉이(엽병재배용), 물고추냉이(근경재배용)로 구분해 재배에 더 적합한 품종을 선발하고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원군 농업기술센터는 고추냉이 재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철원 고추냉이,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


철원군은 고추냉이 재배의 최적화된 지역이다. 이미 전국구 프랜차이즈 ‘오대쌀’로 유명한 철원군은 수 십만 년 전 용암분출로 용암대지가 형성돼 있다. 현무암 지대에서 만들어진 통기성 좋은 비옥한 토양과 깨끗한 현무암반수로 고추냉이 재배가 수월하다.


대한민국 고추냉이 재배 1번지답게 국내 최초로 물고추냉이 실증재배에 성공한 지역으로 꼽힌다. 농업기술센터-연구기관-농가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고품질 고추냉이 재배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우수농산물인증제도(GAP) 인증을 통한 신뢰성 있는 고추냉이 재배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철원 고추냉이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보다 뿌리에서부터 근경, 줄기, 잎과 꽃까지 모든 부위를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와사비’ 부분은 근경이다. 고추냉이 부위 중 가장 귀하다. 뿌리부분으로 갈수록 알싸함이 강하다. 회・초밥・육류・국수 등 향신료로 사용된다.


뿌리는 좋은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지만 손질이 번거로워 많이 활용하지 못한다. 장아찌와 담금주 등에 사용하고 있다. 잎줄기는 부드럽게 아삭한 식감을 지녔다. 싱그럽게 알싸한 풍미가 일품이다. 일본에서도 상당히 인기 있는 부위다. 철원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산물 가공업체와 장아찌를 연구・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하고 있다.


꽃은 개화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부위다. 부드럽고 달콤한 향과 쌉싸름・알싸함이 혼재 돼 있다. 샐러드에 넣으면 개운하고 다양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고추냉이는 알싸한 맛과 풍미의 성분이 약리・생리 활성물질로 작용해 우리 건강에 도움을 준다. 고추냉이를 육고기・

생선에 쌈으로 싸서 먹으면 기름기・비린내를 잡아줘 깔끔한 마무리가 가능하다.


나른한 봄철에는 새콤달콤한 맛에 알싸한 풍미까지 입맛을 돋우는 고추냉이 잎 물김치와 무침이 제격이다. 또 고추냉이 잎 장아찌, 겉절이는 기존 장아찌, 겉절이와는 달리 톡톡 쏘는 알싸한 매력에 재구매를 불러다 주는 요리법이다.


▲7월 27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⑨]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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