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법으로 밀고 들어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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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이 비자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유승준의 병역기피 행위에 사회적 공분이 있었고 20년이 넘는 지금도 외국동포 포괄적 체류는 안 된다는 목소리는 나온다. 그러나 구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병역을 기피한 외국 동포도 일정 연령(38세)을 넘었다면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고 밝혔다.

유승준 측에서 2015년부터 제기한 소송전이다.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된 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2심에선 졌지만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때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 이후 유승준이 LA 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재신청했지만 또 거부당했다. 대법원이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엔 재량권을 행사해서 거부한 것이다.

그러자 유승준이 2020년 10월에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에서 또 패소했다. 바로 항소했는데 그 항소심에서 이번에 유승준이 이긴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유승준의 손을 들어준 논리가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지 않는 이상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재외동포법 내용이다.

유승준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크게 조명될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국익에 해가 되지 않을까?

1심 재판부는 “유 씨에게 사증을 발급하는 사익보다,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보호해야 할 공익이 더 크다”며 “유 씨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적을 이탈했다. 이는 영토의 최전방이나 험지에서 가장 말단의 역할로 소집되어 목숨을 걸고 고통과 위험을 감수한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의 위협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부과되는 병역의 의무는 ‘공정한 책임의 분배’가 특히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신뢰가 한번 훼손되면 회복되기 어렵고 자칫 ‘40세까지 버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유승준 입국이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국민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증 발급 거부의 공익이 크다는 것이다. 이건 거꾸로 이야기하면 사증을 발급할 경우 공익을 해친다는 뜻이다. 2심 재판부가 대한민국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한 것보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 같다.

이건 유승준이 톱스타라는 매우 특수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워낙 유명해서 유승준 사건은 마치 우리 국가가 국적 버린 병역기피자에게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돼버렸다. 그래서 유승준이 국내에 들어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경우,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 국민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재외동포법에선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입국 허가의 예외로 하고 있고, 출입국관리법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입국 금지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국민이 유승준에 대한 반감을 크게 가질수록 국민정서가 민감해질 것이고 사회질서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까 반성하는 진정성으로 국민에게 먼저 용서받은 것이 유승준에게 최선이다.

지금은 국민여론이 싸늘하고, 우리 정부 입장이 부정적인데도 불구하고 유승준이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우리나라에 법의 힘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모양새다. 이런 태도로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유승준은 자신이 부당한 처벌을 받고 있다며 누구나 법 앞에 동등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만약 당시 유승준이 아닌 다른 톱스타가 온 국민의 관심과 공분 속에 한국 국적을 버리면서 병역을 피했어도, 유승준과 같은 처분을 받았을 것이다. 톱스타로서 한국인의 큰 사랑을 받고 많이 누렸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공분도 큰 것인데, 자꾸 자신을 일반인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공감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누구도 유승준에게 미국인이 되라고 등 떠밀지 않았다. 자신의 선택이다. 왜 이제 와서 한국을 탓하나? 많은 한국인들이 유승준의 선택으로 상처 받았다. 유승준은 가해자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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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