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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의 이별”...CJ제일제당, 햇반 독주를 이어가는 법


입력 2023.07.18 07:14 수정 2023.07.18 07:1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신세계·11번가 ‘반 쿠팡’ 연대 움직임 대응

쿠팡, 제당 제품 공급 중단…“중소제품 띄워”

장기화 될 경우 “양사 모두 결국 큰 손해”

서울 시내 한 할인마트에 CJ제일제당의 즉석밥 제품 '햇반'이 놓여 있다.ⓒ뉴시스

CJ제일제당이 쿠팡과 ‘납품가 갈등’ 장기전에 들어가면서, 시장점유율 1위 햇반의 독주를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시행해 나가고 있다. 자사 식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타 유통채널과 연대전선을 구축, 협업 상품 출시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주요 제품의 납품 단가를 두고 CJ제일제당과 갈등을 겪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요청한 마진율에 대해 과도하다고 거부했고, 지난해 11월 둘 사이의 갈등이 정점에 달하면서 결국 쿠팡이 발주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무리하게 가격을 후려쳤다고 주장하는 반면 쿠팡은 CJ제일제당이 과도한 요구를 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두 업체 모두 현재 계속 협상 진행 중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고물가에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쿠팡과의 협상에서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당은 이커머스 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쿠팡과 갈라선 이후 이커머스 채널 협업과 자사몰 CJ더마켓 강화에 집중하며 매출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쿠팡의 빈자리를 쿠팡의 경쟁사들로 채운다는 전략이다. 최대 무기는 상품의 차별화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올해 4분기 공동 상품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3월에는 네이버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도 입점했다.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익일 배송을 한다. CJ대한통운은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만큼 쿠팡측에 지불하는 보관수수료와 배송수수료를 아끼고 자회사 실적까지 올릴 수 있다.


컬리도 든든한 우군이다. 양사는 3월 업무협약을 맺고 ‘단독 상품’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시장에서 쿠팡의 맞수로 통한다. 유통업계는 늦어도 8월에는 마켓컬리에서만 판매하는 햇반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햇반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이에 질세라 쿠팡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햇반’이 빠진 자리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워 넣고 있다.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제품력 대비 낮은 가격을 자랑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밀며 실리와 명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지난달 11일 국내 식품시장에서 수십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1~5월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를 통해 쿠팡 측은 “국내 식품 시장에서 수십 년간 독점 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대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납품가 갈등으로 쿠팡에서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 CJ제일제당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즉석밥 브랜드 햇반은 온·오프라인 즉석밥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문제는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 될수록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햇반·비비고 등 1등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업체를,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확보한 채널을 잃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 쿠팡을 놓치게 되면 안정적인 최대 매출처를 잃게 된다. 실제로 쿠팡 발주 중단 이후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매출액은 86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0억원)과 비교해 4.6% 감소했다. 이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은 13%(약 1128억원)다.


쿠팡 역시 국내 식품업계 선두인 CJ제일제당 상품 구매 문턱이 높아지며 구색이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이 쿠팡의 경쟁사들과 협력전선을 구축하면서 향후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애를 먹을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쿠팡과 갈등을 겪으면 엄청나게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며 “CJ제일제당 역시 비비고, 햇반 등 1등 상품을 다수 보유한 브랜드력이 있는 제조사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양사에 큰 손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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