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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어떻게 여론시장을 장악해왔는가?…댓글과 여론 [강명일의 네이버 바로읽기 ①]


입력 2023.07.28 00:01 수정 2023.08.02 11:12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기고

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대위원장ⓒ

네이버는 카카오와 함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언론과 방송을 줄세우기하고 이른바 '콘텐츠제휴'라는 이권을 앞세워 자신의 댓글 정책을 제휴 언론사에 확장해 나갔다.


그런 탓인지 네이버의 댓글정책이나 독점적 여론권력 형성에 대해 본질적이고 쳬계적인 비판을 한 기사나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네이버는 왜 '뉴스 서비스'에 집착하는가? 네이버는 왜 '랭킹 뉴스'와 '댓글많은 뉴스'와 같은 실시간 호감도나 공감도가 높은 뉴스에 집착하는가?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화제성과 상업성에 기반한 포털사업자로서 더 많은 트래픽을 폭발적으로 늘려주는 콘텐츠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댓글이 바로 그러한 기능을 하는 '무료 콘텐츠'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특정 이슈에 대한 타인의 주류적인 생각을 알고자 한다. 네이버는 '랭킹뉴스'나 '댓글 많은 뉴스'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이용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면서 트래픽 증가 외에 더 매력적인 힘을 얻게 되었다.


순간적인 여론의 향방을 보여주는 플랫폼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른바 '어젠다 세팅'이라고 알려진 실시간 여론의 지표가 순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을 통해 나타나자 네이버는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가 전유해온 어젠다 세팅 기능을 자신의 플랫폼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네이버 출신 국민소통수석과 카카오 출신 뉴미디어 비서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것은 이러한 어젠다세팅의 기능이 포털로 이전하면서, 막강한 포탈권력을 실감했고, 이러한 포털권력이 정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는 단지 담론의 장을 제공해준 것이라고 하지만 정치세력마다 특정 어젠다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댓글전쟁'이 벌어졌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 벌어진 만큼 트래픽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 네이버에게 수익과 독점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안겨주었다.


얼마나 강한 권력이었으면 댓글에 의해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가?


얼마나 강한 힘이었으면 드루킹 일당이 아예 아지트를 차리고 매크로 기계를 만들어 댓글 조작에 나섰을까?


이러한 일들이 있는 이면에 학계에는 새로 알려진 사실들이 있다.


댓글이 오히려 기사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사실.


기사가 아무리 공정하고 중립적이더라도 그 기사의 인기 댓글들이 특정 정치 편향적이라는 점이 드러나면 구독자들은 그 기사 전체를 편향적이라 인식하게 된다.


이를 적대적 미디어 지각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외에도 미디어 학자들이 포털의 여론형성과정에서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네이버 사옥.ⓒ연합뉴스

▲ 확증편향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언론과 기사를 찾아보는 성향을 일으키는 말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무의식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침묵의 나선 이론


사람들은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하고, 오직 자신의 의견이 현재 다수이거나 미래에 다수가 될 것으로 지각할 때만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다는 것이다.


원래 초기 민주주의 이론을 세운 철학자 가운데 밀턴은 '아레오파지티카'에서 "거짓과 진리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대결과 경쟁을 벌인다면 필연적으로 진리가 승리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현대 인터넷 댓글문화를 볼 때 그의 생각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Rush Limbaugh와 같이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라디오 진행자가 편파적인 정치 토크쇼를 펼치면서 많은 돈을 벌고 팬덤을 형성한 사례 이후 미국의 라디오에는 수많은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토크쇼 프로그램이 범람해왔다


한국의 정치도 이러한 미국정치의 흐름을 이어받으면서 팬덤 정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현재의 댓글문화에서는 중립적이거나 다양한 대안들이 댓글로 나와도 대중의 관심을 받거나 인기를 얻기 어렵고 오히려 더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글들이 정치적 팬덤 그룹들에 의해 지지를 받아, 랭킹뉴스에 올라가기 쉽다.


민주주의는 합의와 양보의 정치라고 하는데 팩트 자체가 댓글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되는 현실속에서 우리가 신뢰하고 버팀목으로 삼을 진실은 현란한 댓글의 수사 속에 자취를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절제되지 않고, 저널리즘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댓글들이 인터넷 여론시장을 혼탁하게 할 때 진실을 기반으로 한 사유에서 나오는 지혜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회차의 글에서는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어젠다 세팅 기능과 관련해 네이버의 댓글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해 보겠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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